어김 없이 켄 로치 감독은 이 영화로 내 마음을 사고 잡는다. 나는 이 감독의 영화를 빼놓지 않고 본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내가 당하는 것처럼 분통을 터뜨렸다. 비록 영국을 배경으로 했지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 열통과 탄식과 한숨이 교차했다.
엔딩 자막이 올라가는 동안에도 손바닥까지 전해오는 긴 감동과 여운이 지속된다. 40년 동안 목수로 일해온 다니엘은 심장이 좋지 않다는 의사 경고로 일을 그만 둔다. 복지국가 영국에서는 병에 걸리면 질병수당이라는 것을 받는다.
이곳저곳을 찾아 어렵게 수당 신청을 하지만 관에서는 일을 못할 정도로 심하지 않다는 이유로 수당 지급을 거부한다. 의사는 죽을 수도 있으니 일을 하지 말라 하고 관에서는 일을 못할 정도의 병인지를 증명하라니 한번쯤 기절하고 싶지만 방법이 없다.
이번엔 실직수당을 신청하려고 한다. 직접 방문했으나 인터넷으로만 접수를 받는단다. 그는 육체노동자로 평생을 살아왔기에 컴퓨터를 사용할 줄 모른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가며 서류 접수를 하려는데 번번히 에러가 나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
직원들은 규정만 내세울 뿐 도와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는 이 장면에서 열불이 났다. 어렵게 신청을 하자 이번에는 구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수당이 지급된다고 한다. 의사는 일을 하지 말라 했는데 일자리를 찾고 있다는 걸 증명하란다.
구직 활동을 증명하기 위해 여러 곳을 찾아 다니다 지쳐서 결국 수당 받기를 포기한다. 다니엘은 그곳에서 케이티라는 여자를 만난다. 혼자 아이 둘을 키우는 싱글맘이다. 그녀 또한 정해진 시간이 막 지났다는 이유로 접수를 거절당한다.
"여보슈, 사정이 딱한데 한번 봐 주지 그래요." 수당을 받지 못하면 당장 굶게 생겼다. 할 수 없이 노숙자들에게 무료로 식료품을 지급하는 자선단체를 찾는다. 케이티는 허기에 지쳐 그곳에서 받은 통조림을 따서 허겁지겁 입에 넣다가 울음을 터뜨린다.
아무리 훌륭한 복지제도가 있어도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이 가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게이티가 받은 수당은 두 아이 양육비로 다 들어가고 집세를 내기 위해 매춘을 한다. 어린 아이들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매춘밖에 없다.
켄 로치 감독은 이전의 영화에서도 부조리한 사회 제도를 적나라하게 고발했는데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난하고 소외 된 계층을 꾸준하게 다뤄 온 이 감독의 일관성에 찬사를 보낸다. 과연 국가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를 곰곰히 생각하게 하는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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