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드는 작품마다 감동을 주는 감독이 자크 오다아드 감독이다. 프랑스 감독으로 소외된 계층의 삶을 밀도 있게 다룬다. 어느 한 작품 처지지 않는 고른 작품성을 갖고 있다. 그의 영화는 상업성이 떨어져선지 영화제에서나 볼 수 있는 작품이 많다.
<예언자>나 <러스트 앤 본> 같은 영화는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이 영화는 스리랑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어떻게 프랑스 감독이 멀고 먼 동양의 섬나라 스리랑카에 관심을 가졌는지 신기하다.
스리랑카 내전 또한 식민 지배했던 영국이 저질러 놓은 일이다. 내전을 피해 외국으로 망명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남자가 브로커에게 위조 여권을 받는다. 여권에 새겨진 이름이 <디판>이고 영화의 제목이 된다.
망명하기에는 가족이 유리하다. 그래서 모르는 여자와 어린 소녀를 아내와 딸로 받아 들인다. 오직 프랑스에 도착해 시민권을 받는 것이 목표인 이들은 가족 행세를 한다. 살아 남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의 수고는 껌 씹는 것처럼 쉽고 셋 모두에게 이익이다.
아슬아슬 프랑스에 온 그들은 허름한 도시 변두리에 정착한다. 그런데 웬 걸 주변이 좀 황량하다 했는데 온 동네가 조폭들의 근거지다. 까딱하다간 가슴에 총 맞기 십상이겠다. 죽고 싶지 않아 찾아 온 망명지인데 속절 없이 개처럼 죽게 생겼다.
영화는 어둡고 살벌한 풍경과는 다르게 점점 사람 냄새 나는 과정으로 변한다. 살기 위해 가짜 가족 행세를 하다 진짜 가족의 애틋함이 싹튼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살아 남아 시민권을 받을 수 있을까. 긴 여운이 남는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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