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호세 무히카 조용한 혁명 - 마우리시오 라부페티

마루안 2017. 5. 25. 17:22

 

 

 

남미의 우루과이 대통령에 관한 책이다. 남미에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두 나라의 면적은 남미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그 두 나라 사이에 끼어 있는 나라가 우루과이다. 미국인에게 한국이 어디 있느냐고 물으니 태반이 잘 모르고 심지어 아프리카 북부나 중동 지역을 가르키는 사람도 여럿이었단다.

하물며 한국에서 우루과이를 물어보면 정확하게 위치를 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안다 해도 축구의 열정이 대단한 나라 정도겠다. 그런데 갑자기 <호세 무히카>가 대통령에 당선 되면서 우루과이에 관심이 생겼다. 10여년 전에 브라질의 <룰라 다 실바> 대통령 이후로 남미의 정치가로는 가장 유명한 사람이다.

워낙 남미가 미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고 미국에 찍힌 나라는 온갖 경제 제재와 방해공작에 시달렸고 미국 말을 안 들으면 정권 유지가 힘들 정도였다. 남미에서 미국은 가장 나쁜 놈이다. 미국 하면 똥구멍도 빨아주는 한국의 현실에서는 이해가 잘 안될 거다.

어쨌든 남미는 미국 때문에 되는 일이 제대로 없는 나라 대륙이었다. 물론 미국만 탓랄 게 아니라 외세를 등에 업고 독재를 펼친 각 나라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그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못나서 일본의 지배를 받았고 우리가 못나 분단이 되었다.

우루과이도 오랜 기간 독재 정권 아래서 신음를 했다. 그 정권에 항거해 게릴라 전선에 뛰어든 사람이 무히카다. 독재 권력에 맞서 싸운 죄로 수감되어 긴 시간을 감옥에서 보냈다. 브라질의 실바 대통령처럼 무히카도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긴 고난의 시대를 견뎌낸 무히카는 76세의 나이에 우루과이 대통령에 당선된다. 평소에도 소박한 생활을 했지만 무히카는 대통령 재직 시절 받은 월급의 70% 이상을 사회에 기부했다. 약자들과 가난한 사람을 향한 그의 애정은 끝이 없다.

그가 정권을 잡으면서 사회 개혁을 기대했던 좌파 지식들은 무히카 대통령이 우파를 아우르는 정책을 펴자 재임 기간 거칠게 비판을 했다. 자기 편 사람들의 공격과 오랜 기간 독재 권력을 잡았고 무히카의 정책이 잘 안 되기만을 바라는 우파 등 양쪽에서 사사건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5년 간의 임기를 마친 무히카의 지지율은 60%에 가까웠다. 80세에 대통령을 물러난 무히카는 고향에 내려와 평범한 노인으로의 말년을 보내고 있다. 직접 땅을 일구고 장애인 반려견을 기르며 검소한 삶을 평생 유지하는 것이다.

이 책을 쓴 <라부페타>는 정치 칼럼니스트이자 기자로 오랜 기간 무히카의 정치 역정을 지켜봤던 사람이다. 무조건 깎아내리지도 그렇다고 빨아주지도 않는 객관적 시선으로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을 담담하게 기록했다.

우루과이는 인구가 3백만이 조금 넘는 작은 나라다. 거기다 두 거대국가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끼어 약소국의 외교력을 발휘해 살 길을 도모해야 하는 나라다. 무히카 같은 정치인이 많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경제 위기와 사회적 혼란이 반복되었던 남미에서 그래도 비교적 정치적으로 안정적인 나라가 우루과이다.

좋은 정치인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권력을 감시하고 부당함에 맞서 투쟁하는 토양에서 민주적인 지도자가 나온다. 자기보다 낮은 곳을 바라볼 줄 알고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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