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지금 사랑은 건강하신가 - 정성태

마루안 2017. 2. 16. 21:58



지금 사랑은 건강하신가 - 정성태

 
 

사랑이라 함은
모든 거짓으로부터 분리된
영혼의 깊은 샘물이다.


때문에 사랑은
회전의 축에 걸린
현기증 이는 가난에서도
구심을 잃지 않는 의지이며
참혹한 육신의 폐허마저
공유하는 고통이기에
지순한 가치로 번득이는
신뢰의 푸르른 표상이다.


그러나 존재의 일반은
호흡없는 군상이 난무하고
그 행보의 족적에는
철저한 산술의 공식과
차디찬 해부의 칼날만이
비만한 사각의 평면 위로
일제히
일제히 번져 있다.


오늘 사랑을 반추함은
그 이면에 숨겨진 위선으로
이리도 서글픈 모순을 본다.



*시집, 저기 우는 것은 낙엽이 아니다, 신세림


 





 
흐린 날의 귀가 - 정성태

 
 
알맞게 취해서 돌아오는 길
어지간히 내 안의 눈물도 알 것만 같다.


삶의 회한이야 누군들 없으랴만
오늘처럼 술잔이라도 기웃거린 날이면
못내 쌓여 있던 기억의 통증
어김없이 흐린 날의 빗줄기로 젖는다.


슬픔이라야 한낱
밀물이 들고 나면 지워지는
바닷가의 모래자국에 불과하다고
참으로 그러하다고
애써 태연을 가장하지만


흔들리는 밤거리
마른 가슴에 바람이 일 때면
버거운 삶의 무게 깊숙이
뜨거운 울음이 난다.

 




# 정성태 시인은 <행복 가꾸기>라는 국제결혼 전문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거창하게 부르면 국제 비지니스고 쉽게 말하면 짝을 찾지 못한 남성들에게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우지베키스탄 여성들과의 결혼을 주선하는 결혼 정보 회사다. 아직도 농촌에는 결혼을 하고 싶어도 짝이 없어 못하는 40대 이상 노총각이 많은데다 혼혈이나 다문화 가정이 요즘엔 별로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고 보면 이런 비지니스는 앞으로 더욱 번창할 것이다. 어쨌든 대표가 시인이다 보니 주례사는 시적으로 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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