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이 외로운 사람들아 - 강명관

마루안 2017. 1. 13. 08:23

 

 

 

이 양반 책을 몇 권 읽었던가. 침묵의 공장, 조선의 뒷골목 풍경, 책과 지식의 역사,, 묵직한 주제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든 잘 쓴 문장 때문에 술술 읽히는 매력이 있다. 이번 책도 고전에서 인용한 대목을 현대와 접목해 사회 현상을 짚은 책이다. 저자의 사유가 담긴 산문이라 해도 되겠다.

산문이면서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는 예전의 책 침묵의 공장에서 대학이 취업준비 학원으로 전락한 현실을 탄식하며 사람 우선인 학문을 탐구하는 대학을 갈망했다. 그 책에서 강명관 선생의 생각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이런 학자가 바로 우리 사회의 큰 자산이자 거울이다.

강명관 선생은 한문학자이기 전에 책으로 깨우침을 주는 작가이기도 하다. 이 양반 글을 읽다보면 천상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자신을 위한 공부를 글로 독자에게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나누는 공부야말로 진정한 학문의 길이다.

선생의 빼어난 문장력도 치열한 공부와 방대한 독서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이 양반 책은 모조리 찾아 읽어야지 했다. 이 책은 우리 고전을 읽고 나서 그 생각을 지금의 현실과 비교하며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고 있다.

초등학교때부터 이 학원 저 학원을 돌면서 시험 공부에 매달리는 현실을 꼬집으며 한국이 발전하려면 아이들을 공부에서 해방시켜 즐겁게 놀게 해야 한단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한가한 소리라 할지 모르나 사회가 매마르는 현상은 일찍부터 경쟁을 배우기 때문이다.

로드킬을 당한 짐승의 사체를 본 느낌을 적은 글은 선생의 성품이 오롯이 전달된다.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도로 또한 사통팔달 확장 되는데 도로는 인간의 무한한 소비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생명에 대한 배려와 공존에 대한 고민을 느낄 수 있다.

누추한 방이라는 뜻의 허균의 누실명(陋室銘)에 관한 글은 내가 완전 공감한 대목이다. 선생은 갑자기 정전이 되어 파김치가 되도록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이 거대한 아파트가 에너지를 먹는 하마라는 생각을 한다. 엘리베이터는 물론이고 온갖 가전제품은 과도한 에너지 소비를 전제로 유지되는 사회 현상이다.

일본의 지진으로 원자력 발전소가 파괴 되어 원전 위험성을 깨달았으면서도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세상은 원자력 발전소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진단한다. 강명관 선생은 소박한 삶이 에너지를 적게 소비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가난한 전근대를 찬향할 필요도, 풍요롭지만 위험한 지금 세상을 찬양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넓고 높고 편리한 아파트로 상징되는 풍요로운 삶을 근본적으로 돌이켜보지 않는 한 에너지 부족에 시달릴 것이고 방사성 물질을 호흡할 수도 있다는 공포를 느끼며 살야야 할 것이다. 그런 삶보다야 허균의 가난한 누실에서의 살미 더 좋지 않겠는가>,

그 외에도 임진왜란 때 조선의 지원 요청으로 조선에 온 명나라 장수 진린(陳璘)에 관한 글은 작금의 한국 현실과 흡사해서 씁쓸했다. 조선을 도우러 온 명나라 장수는 선조 임금에게 조선의 모든 장수들은 자신의 지휘권에 있다는 요구를 한다.

선조는 어쩔 수 없이 허락을 한다. 명나라 군대는 필요한 것은 득달같이 요구하고 전투의 결정적 순간도 자기 맘대로다. 공을 세울 만한 기회기 있으면 조선 군대는 얼씬도 못하게 하고 자기들이 독차지 한다. 이순신의 작전이 차질을 빚었음은 물론이다.

명나라 군대는 조선에 들어와 뚜렷한 활약도 없이 되레 왜군의 약탈만 늘어나게 했고 임진왜란으로 조선은 쑥대밭이 되었다. 제힘으로 나라를 지키지 못하고 외국 군대를 구원병으로 끌어들인 댓가를 톡톡히 치렀던 것이다.

선생은 이 역사적 사실을 인용하면서 한국이 아직도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에 맡기고 있음을 지적한다. 자주국방을 외치면서 엄청난 국방비 지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외국 군대의 빽을 믿어야 하는 현실을 뼈아프게 지적한다. 반면교사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