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잃어 가는 것들에 대하여 - 윌리엄 이안 밀러

마루안 2016. 10. 16. 18:51

 

 

 

요즘 나이 들어감에 대한 책들을 집중해서 읽는 편이다. 그런 중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신간 소식을 접할 때마다 호기심이 가는 책을 목록에 올린다. 갈수록 읽어야 할 책 목록은 계속 쌓이고 책 읽는 속도는 느려서 못 본 책만 자꾸 늘고 있다.

예전에는 조바심이 생기기도 했으나 오십대에 접어들어 조바심은 없어졌다. 그러나 책에 대한 욕심은 여전하다. 소유하겠다는 것보다 더 늦기 전에 열심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도 마음만 있지 천성이 게을러서 늘 미루기만 한다.

이 책은 실제 저자가 65세가 넘어 썼다. 나름대로 나이듬에 대한 생각을 잘 정리해서 술술 읽힌다. 그러나 부제가 다소 거슬린다. <나이가 들어야 만나게 되는 뜻밖의 행운들>이라는 문구다. 과연 나이 들어 만나게 되는 행운들이 있을까.

그것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입에 발린 위로와 똑같다. 하나마나 한 이야기란 것이다. 다분히 책 팔기 위해 넣은 문구라면 할 말이 없으나 적어도 이런 식으로 늙음을 포장하지 말았으면 한다.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늙는 것이 인생이다. 내 경우를 보면 30대를 가장 성숙한 시기였다. 어설프지만 열정도 있었고 그 때 쓴 일기를 보면 치열하게 살면서 나름 깊이있는 생각을 했던 시절이다.

40대는 정신 없이 보내 모르겠꼬, 50대 접어 들자 빛이 조금씩 바래는 것을 느낀다. 체력은 그런대로 버티는데 열정이 식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 사려 깊은 행동을 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되레 40대 이전보다 못하다.

나이 들면 지혜가 는다는데 내 경우엔 아니다. 이 책을 읽고 건진 거라면 지혜는 늘지 않았어도 욕심을 덜었다는 것이다. 인생에 대한 불평도 부질없다는 생각을 한다. 행운은 나를 비켜가더라도 나이듬은 피할 수 없어서 공평한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