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 - 목수정

마루안 2017. 1. 27. 21:37

 

 

 

재불 작가 목수정 선생의 산문집이다. 한국의 문화계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영어권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데 홍세화 선생 이후 프랑스에 체류하면서 그곳에서 세상 보는 관점을 말하는 사람 중에 목수정 만한 작가가 있을까.

그러고 보니 그가 쓴 책은 대부분 읽었다.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이라는 도발적인 책 이후 나도 모르게 조금씩 그의 글에 중독이 되었나 보다. 작정하고 읽은 건 아닌데 가랑비에 옷 젖듯이 읽다보니 이리 되었다.

그이 글은 정체성이 확실해서 좋다. 빙빙 돌리지 않고 자기 관점을 확실히 말한다. 정치인이었다면 다쳐도 여러 번 다쳤을 것이다. 청치인이든 작가든 말은 면피할 구멍이 있지만 글은 한번 뱉으면 빠져 나갈 구멍이 없다. 활자로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목수정은 자유인이어서 가능하다. 스스로도 자유인을 자처하지만 글에서도 얽매임이 없다. 시원시원한 주장과 쏙쏙 들어오는 문장력이 독자를 사로 잡는다. 모든 글에서 그의 주장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진보적 사상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세상의 모든 파업을 지지한다는 장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선진국이란 들춰보지 않아도 약속대로 사회 구석구석이 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사회를 말한다. 그래야 사람들은 다른 일에 신경 쓰지 않고 각자 자기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 그 무엇 하나 법대로, 원칙대로, 약속대로 이행되지 않고, 뒷구멍을 통해 수를 쓰면 다른 결과가 나오는 나라는 후진국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온 나라가 변화의 물결로 넘치고 있는데 과연 안보 불안을 내세워 권력을 누려왔던 기득권층은 목수정이 말하는 선진국을 원하고 있을까. 검찰이나 법조계나 주류 언론에서는 과연 들춰보지 않아도 약속대로 돌아가는 세상을 진정으로 바랄까.

지나친 비관인지는 몰라도 아직도 가시밭길이다. 워낙 반공을 앞세운 친일 기득권층의 뿌리가 단단히 박혀있기 때문이다. 목수정의 진보적 생각은 곳곳에서 발휘된다. 프랑스 최초 동성결혼을 소개하는 글에서 그의 사상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세월호 진실 규명을 위한 단식으로 생사를 오갔던 김영오씨를 올해의 인물로 지정하고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을 이 시대의 녹두장군으로 규정한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저절로 설득 당하는 나를 발견했다. 나도 어쩔 수 없이 좌파인가. 좀 더 설득 당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