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을수록 매력이 많아지는 가수가 최백호다. 외모도 목소리도 제대로 숙성이 되었다. 그를 안 것은 언제였을까. 아주 오래전 사타구니가 조금씩 거뭇해지던 열 네살쯤이었는가. 국어 선생이자 담임이었던 선생님이 당직을 서던 숙직실에서였다.
변두리 시골 학교로 발령 난 총각 선생님의 취미는 음악감상이 가장 무난했을 것이다. 007 가방 만큼 컸던 독수리표 녹음기에 테잎으로 듣던 시절이었다. 나중 그 노래가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라는 것을 알았다.
무슨 일 때문인지 담임 선생 댁을 방문했는데 그때도 최백호의 노래가 흘렀다. 턴테이블에서 LP판이 빙빙 돌고 잔잔한 그의 노래가 방안에 가득했다. TV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눈을 지긋이 감고 노래를 부르던 최백호를 본 것도 그 무렵이었다.
그의 노래를 다시 마음에 담은 것은 사십대에 들어서 들은 <낭만에 대하여>다. 시류에 둔감한 탓에 유행가도 한참 후에 알게 된다. 비 내리는 부산의 어느 다방에서 들었던 낭만에 대하여는 최백호라는 가수를 좋아하는 계기가 되었다.
담임 선생님에 의해 가슴에 새겨졌던 노래가 다시 살아났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최백호의 노래에 제대로 중독되었다. 그의 노래에는 희로애락이 모두 담겼다. 때론 유행가 한 소절에 마음이 오래 가기도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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