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通

명품 드라마 - 송곳

마루안 2015. 12. 18. 00:47








서 있는 곳이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 이런 부제가 달린 명품 드라마 송곳 이야기다. 시시한 영화보다 훨씬 감동적이었다. 최규석의 만화를 드라마로 만들었다. 본방은 못 보고 다시보기로 봤다. 한달 동안 방송된 분량을 사흘 만에 봤다.


대형 마트에서 간부로 일하는 이수인 과장과 노동상담소 구고신 소장의 송곳 같은 이야기다. 둘 다 갑질을 하면 그런 대로 잘 살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을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들이다. 마트 직원을 자르라는 점장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동료들에서도 왕따를 당한다. 조직적인 괴롭힘을 견디며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이수인 과장 같은 사람이 참으로 아름답다.


구고신 소장도 멋진 사람이다. 다소 엉뚱해 보이지만 을을 위한 비주류의 삶을 기꺼이 감수한다. 이수인이 흔들릴 때마다 송곳 같은 조언으로 그에게 용기를 준다.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팍팍한 노동 현실을 잘 견딘 을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나는 TV를 거의 보지 않는다. 토론 프로나 뉴스 그리고 스포츠 중계 빼고는 TV를  보지 않는다. 드라마는 예전에 전원일기와 모래시계 이후 본 드라마가 없다. 예능 프로는 썰전이 유일하다. 그것도 시간이 없어 봤다 안 봤다 한다.


언제부터 연속극이라 부르던 것이 드라마로 바꼈다. 어쨌든 송곳은 내게 모처럼 감동과 떨림을 준 드라마다. 공짜로 인생 공부 제대로 했다. 12회라는 다소 짧은 드라마에도 불구하고 밀도가 있어서 몰입할 수 있었다. JTBC라는 재벌 방송에서 이런 드라마를 제작한 것도 격세지감이다. 이것도 손석희의 힘인가.


나는 언젠가부터 공영방송 뉴스는 믿음이 안 가서 손석희의 뉴스룸을 본다. 가장 신뢰하는 뉴스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보는 도중 귀에 쏙 들어오는 대사가 있어 옮긴다. 최규석 작가의 역량에 박수를 보낸다.

 

자신에게 가혹한 수행자 누구든 그렇게 될 필요는 없다.

미안함이란 지병 같은 것, 그냥 앓고 사는 거다. 이기면 미안할 일 없다.

 

시시한 악자를 위해 시시한 강자들과 싸우는 일이다.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

나이 먹고 순수한 것은 범죄다. (그럴까?)

무리 안 하면 목을 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