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通

안재인 사진전 - 바람이 멈추지 않네

마루안 2015. 9. 6. 21:23







이강훈 사진전을 보러 갔다가 류가헌 전시장에 안재인 사진전이 있어서 같이 보게 되었다. 이 작가는 모르고 있었는데 간김에 덤으로 본 셈이다. 나는 이렇게 뽀시시한 풍경 사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안재인 작가를 폄하 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풍경 작가들이 몰려 다니면서 비슷비슷한 사진들을 양산해 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렇게 한결 같은지 그 많은 사진을 한 사람이 찍었다고 해도 될 정도다. 소재도 판에 박았다. 일출, 일몰, 연꽃, 불꽃놀이, 국립공원 사계, 주산지의 안개 등, 누가 어디 좋다는 말을 들으면 득달같이 몰려가 너도 나도 비슷한 사진을 쏟아낸다.


안재인 작가는 포스터에서 확 꽂혔다. <바람이 멈추지 않네>라는 제목도 시적이다. 게다가 어머니와 함께한 10년간의 꽃마실 이야기라는 부제도 인상적이다. 어머니와 아들처럼 눈물이 나거나 눈부신 조합이 있을까. 어머니와 딸 그러면 별 감동이 없는데 어머니와 아들 그러면 뭔가 확 다가온다. 어긋난 부조화에서 미완성 조화로의 진전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눈물이 나거나 눈이 부시거나,,,,


실제 작가는 70대 노모와 40대 아들의 10년 꽃구경 이야기를 사진에 잘 담아냈다. 사연이 있는 사진이어선가 어딘가 다르게 다가온다. 사진에서 바람이 느껴지기도 한다. 부도탑 주변에 목이 툭툭 부러져서 바닥에 뒹구는 백련사 동백꽃은 이번 사진전에서 가장 눈길이 갔다. 꼭 바람 때문에 꽃이 지는 것은 아니지만 바람이 꽃이 피고 지는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누구는 죽어 바람이 되고 싶다고 했던가. 자유롭게 오가는 바람에 비해 현장에 가지 않고는 담을 수 없는 사진이 있고 전시장에 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사진이 있다. 그 미진함을 전시 도록이나 사진집으로 위안을 삼더라도 오리지날 프린트를 대하는 감동에 비할 것인가. 덤으로 본 전시가 따뜻하게 다가온다. 이번 전시와 함께 낸 사진집이 꼭 시집처럼 손에 잡힌다. 작가의 어머니가 소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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