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다시, 이미자와 김추자 - 이선영

마루안 2016. 9. 12. 04:29



다시, 이미자와 김추자 - 이선영



노래는 눈물 없이 내지르는 울음 아닐까


배쫑배쫑 배배쫑
뻐꾹뻐국 뻐뻐꾹
새는 노래하지만
까악까악 까아악
소쩍소쩍 소쩌억
새는 울음 운다


이미자는 그리움에 지쳐 빨갛게 멍이 든 동백을 애처롭게 울고
김추자는 사랑도 거짓말 웃음도 거짓말 단말마를 운다


내 노래는 때로 이미자보다 애절하고 김추자보다 뜨겁지만


그러나 내 노래는 끝내 이미자의 울음도 못되고 김추자의 그것도 못되는
소리없이 깨무는 입술



*시집, 포도알이 남기는 미래, 창비








이미자와 김추자 - 이선영



평양 공연을 간 이미자의 노래를 듣는다
동백아가씨, 여자의 일생, 아씨, 으레 이런 노래들 이미자가 부르는 노래들
이미자는 아직까지도 변함없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백년에 한번이라는 그녀의 목소리
옆방에서 귀동냥으로 듣다가도 '역시 잘하는구나' 귀가 솔깃해지는 노래들
이미자는 자타가 인정하듯 우리 가요사에서 몇손가락 안에 꼽히는 가수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노래를 좋아하고
나는 이미자의 노래에 푹 빠져든 적은 없지만
그녀를 '엘레지의 여왕', 최고의 가수라 부르는 세간의 평에는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이따금 듣는 것은 김추자의 노래다
한때 노래하다 사라진 김추자 몇곡 들으면 끝나버리는 김추자
님은 먼곳에, 거짓말이야, 나뭇잎이 떨어져서, 때로는 폭발적이고 때로는 흐느적거리는
나를 빨아들이는 그녀의 노래들
김추자의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은
그녀는 최고라고 평해지진 않지만
꽤나 매력적인 가수였음엔 틀림없다


李美子냐, 金秋子냐
나는 종종 그 기로에 선다
내겐 늘 그 저울질이 어렵다
李美子도 金秋子도
그렇다, 그것이 쉽지 않다



*시집, 일찍 늙으매 꽃꿈, 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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