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남아있는 청춘의 날들을 위하여 - 문무병

마루안 2016. 8. 15. 04:37



남아있는 청춘의 날들을 위하여 - 문무병



쉰 끝자락에 아직은 청춘이라며
내 손을 꼭 잡는 연인 같은 친구여.
남은 날 같이 손잡고
연인처럼 친구처럼 살자는 당신의 뜻이
정말 고마웠어요.


낭만을 위하여,
남아있는 청춘의 날들을 위하여
흔들립시다. 자유롭게 흔들립시다.
따뜻하고 여유 있고 넉넉하게
남아있는 낭만과 청춘을 노래하며
사랑을 노래하며 여기까지 왔으니,


친구여,
쉰에서 쉰아홉 청춘을 버리지 않은 그대여,
다시 사랑을 시작해도 좋은 그런 날들이
끝없이 이어지다 어느 바람 부는 날,
저승에서 죽음을 접수하러 온 차사의 붉은 편지를 보고
미련 없이 떠날 수도 있는


정말 그런 온전한 날들이 남아있다면,
남아있는 청춘의 날들을 위하여
당신에게 정말 전하고 따뜻한 한 잔의 커피 같은
아름다운 사랑의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마지막
마침표가 두드러진
당신에게 다가가는
연서.



*시집, 11월엔 그냥 젖고 싶어, 도서출판 각








이제부터 - 문무병



이제부터야
50줄에 겪는
처절한 고독은
이제부터야
황야의 들개처럼
싸늘하게
이마를 물어뜯는 어둠 속
세상에서 서서히 버려지며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깨달으면서, 이제부터는
버려진 시간들
차곡차곡 챙기고
막차를 기다리며
어디론가 부지런히 전화를 걸며
아무도 없는
지극히 공허한
어둠을 걸어가야 하는
이제부터는 굳게,
죽음이 나를 감싸 안을 때까지
문을 걸어 잠가야지.
늦었지만
이제부터는
처절한 고독을
사랑해야지





*시인의 말


내가 쓴 시는
흔들리는 가을의 억새꽃이어도,
겨울의 돔박새 울음이어도 좋겠다
흉을 보려니 하얗게 없고,
칭찬하기엔 너무 처량한 노래.
삼류로 노래하지만 버릴 것도 없는
청이슬 같은 당신 사랑이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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