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치명적인 상처 - 박남준

마루안 2016. 8. 11. 07:25



치명적인 상처 - 박남준



별똥별 하나 소원보다 먼저
별보다 먼저 상한 마음이 쓰러진다
한순간 삶이 저렇게 져내리는 것이겠지
흔들리며 가기에 짐이 되었던가
발목을 꺾는 신음처럼 뚝뚝 풋감이 떨어지는 밤
저 별 저 감나무
그 어떤 치명적인 상처가 제 살을 베어내는가
길이 끊겼다 다시 나는 발등을 찍는 바퀴에
두 발을 우겨넣는다
이것이 끝내는 치명적인 상처를 부르리라
자라난 상처가 그늘을 이룬다
더 깊은 그늘로 몸을 던져야 하는지
아픈 꿈이 쩔뚝거리는 몸을 끌고 꿈 밖을 떠돈다



*시집,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문학동네








유목의 꿈 - 박남준



차마 버리고 두고 떠나지 못한 것들이 짐이 된다


그의 삶에 질주하던 초원이 있었다
지친 것들을 생각한다
어쩔 수 없는 것들도 생각한다
한 꽃이 지며 세상을 건너듯이
산다는 일도 때로 그렇게 견뎌야 하겠지
버릴 수 없는 것들은 무엇일까
떠나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한때 머물렀던 것들이 병이 되어 안긴다
아득한 것은 초원이었던가
그렇게 봄날이 가고 가을이 갔다
내리 감긴 그의 눈이 꿈을 꾸듯 젖어 있다
몸이 무겁다
이제 꿈길에서도 유목의 길은 멀다






# 박남준 시인은 1957년 전남 법성포 출생으로 전주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84년 <시인>지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세상의 길가에 나무가 되어>, <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적막>,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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