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오래된 슬픔 - 박미란

마루안 2016. 8. 2. 19:53



오래된 슬픔 - 박미란



사춘기가 올 무렵
처음으로 한 남자의 물건을 보았다
거무튀튀한 사타구니 사이에서
힘없이 세상 밖을 내다보던 그것


단단하던 그가
누가 우는 걸 그토록 싫어하던 그가
장성 도립병원에 누웠을 때
가까운 사람들이 제일 먼저 그를 떠나갔다


밤새 울부짖다가 잠든
그의 기저귀를 갈다가 마주하게 된 물건
어린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너무 커다란 감정이거나 쓸데없이 달린 혹 같아


아버지 가까이 갈 수 없었다


아비 것이어도 아비를 모르는
번데기처럼 쪼그라든 그것이 또 혈뇨를 쏟아냈고


그가 깨어나기를 무섭도록 오래 기다렸다



*시집,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문학의전당








검은 돌 - 박미란



그날, 우리는 무엇이든 되고 싶었다


안으로 살짝 굽어 불던 바람,
돌이킬 수 없음을 알면서
흘러가버린 물결,


우리가 매만진 꽃의 무늬와 그늘을 알았더라면


많이 늦었지만
돌아와
사라지는 햇살 발자국 따라 멀리 돌의 냄새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