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용문사 부근 - 이홍섭

마루안 2016. 2. 13. 10:41



용문사 부근 - 이홍섭



울음이긴 한데
어떤 새의 울음인지 몰랐다
-저렇게 새벽까지 울어, 그냥....


친구도, 나도
만행 나왔다 그냥 국숫집에 눌러앉은 중처럼
하루에도 열두 번
절간을 지었다 허물며
여기까지 왔다


귀신도 선다는
나이가 가까이 다가오는데
귀신은커녕
여지껏 사랑도 서지 못했으니
그도, 나도
이제는 돌아가지 못한다


목까지 차오르는 슬픔이
차디찬 울음이
드높은 나뭇가지 위에 올라탄 밤


아랫마을 절집에서는
지팡이 위에
푸른 은행잎이 돋았다 한다



*시집, 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 세계사








서귀포 - 이홍섭



울지 마세요
돌아갈 곳이 있겠지요
당신이라고
돌아갈 곳이 없겠어요


구멍 숭숭 뚫린
담벼락을 더듬으며
몰래 울고 있는 당신, 머리채 잡힌 야자수처럼
엉엉 울고 있는 당신


섬 속에 숨은 당신
섬 밖으로 떠도는 당신


울지 마세요
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
당신이라고
돌아갈 곳이 없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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