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오류역에 걸린 생각 - 최대희

마루안 2015. 12. 27. 23:48



오류역에 걸린 생각 - 최대희



반성은 실패의 피뢰침인가,


그땐 그 결정이 차선이 아닌
최선이었다는
많이 고민하고 결정하였다는
주사위를 던져 결정하듯
쉽게 선택하지 않았다는


한때 밤꽃 향기에 취해
밤톨 떨어지듯
툭툭 아이도 낳았는데


끝내 하나로 손잡지 못하고
세포 분열하듯
당신은 상행선
나는 하행선으로 건널 수 없는 강처럼
그대와 나 사이엔
철로가 흐르네


침묵처럼 열차 소리는 들리지 않고
소화되지 않은 기억들
되새김질하며 껌벅이는 눈동자로
타인 보듯 서로를 건너다보는
무표정한 얼굴 속에서


성난 살모사의 머리처럼 솟아오르는
생각 하나


진정, 나는
당신의 밥이 되지 못했다는



*최대희 시집, 선물, 연인M&B








중년 - 최대희



삐딱하게 닳은 구두 뒤축이여
평이한 삶은 아니었다
허겁지겁 입안으로 집어넣은 음식물처럼
세월은 빠르게 지나갔다
튀밥같이 깔깔한 생각 머리에 이고
화장으로 세월을 위장한 나를
한 번 더 거울 앞에서 확인하고 집을 나섰다
누수된 잠과 젖은 마음으로 만난 저녁이
강 건너에서 몇 개의 불빛으로 반짝인다
자주 불끈거리는 하체는 지금 젖은 발자국으로
어느 골목을 서성이고 있을까?
속성으로 복사되는 나날을 묶어 깻단처럼 세워 놓고
한 잔의 계획과 함께 건배를 한다


아무리 불러도 꼼짝 않는
십이월의 암갈색 외투를
나는 가졌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