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通

마크 로스코 전시회

마루안 2015. 5. 11. 18:45






이것도 행운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국에 일이 있어 휴가 겸 잠시 들어왔는데 이 전시 소식에 귀가 솔깃했다. 짐승처럼 일만 하느라 2년 넘게 내 땅을 밟지 못했으나 늘 향수에 목마른 심정으로 살았다. 나를 살게 하는 것은 한국인의 피다.


런던에 있는 테이트 모던 갤러기에서 로스코의 작품을 본 적은 있으나 한국 최초의 대규모 전시를 볼 수 있어서 무척 설렜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인데도 전시장에 꽤 많은 관객이 있었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의 미술관 나들이는 황홀하다.


눈이 부시다는 말이 딱 맞는 계절이다. 거기에 단순하면서 강렬한 로스코의 작품이 가슴을 압도한다. 전시 공간도 마음에 들었다. 입구에 걸린 영상과 해설이 작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작가의 생아를 알고 나자 추상적인 그의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다섯 개의 공간으로 나눠 로스코의 작품 변화를 느낄 수 있게 만든 것도 탁월한 기획이었다. 마크 로스코는 옛 소련의 라트비아에서 태어났으나 10살에 미국으로 간다. 소련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미국에 정착한 아버지를 따라서다.


그가 디아스포라여서일까. 그의 작품은 단순한 구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어둠이 깃든 느낌을 받는다. 오늘 날 가장 비싸게 팔리는 작가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추상화에 이런 감동이 생긴 것도 오랜만이다. 좋은 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