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가끔 도둑고양이가 지나가는 스물한 살의 창가 - 황학주

마루안 2015. 11. 21. 00:38



가끔 도둑고양이가 지나가는 스물한 살의 창가 - 황학주



배호의 노래를 부르며
나에게도 그만큼은 있었던
가창력, 내 슬픔으로 히트하지 못한
스물한 살
그때 마지막 잎새를 일기에 썼던
내 옥탑방은 너무 높아
쳐다보는 방법이 필요했던 사람들이 싫었고
자꾸만 떨어져 내리는 창을 상상하는
가랑가랑한 눈시울 쪽
꽃물을 돌로 눌러놓은 페이지가 있었다


문주란의 노래를 부르며
어머니는 봉선화 물 빠진 식모살이 가고
잠깐 동안 이모가 와있던 날들이었다
날씨라도 매일 썼다면
스물한 살의 일기장에 노랫말 같은 것만 들렸을 리 없었을 텐데
꼭 필요한 것만 없는 가정(家庭),
말이라도 해줄 여분의 가족이 도둑고양이에게는 있기를 바랐을까
옥탑방 밑으로 내가 다 보지 못한 청춘을
노래가 데려가는 동안
구름 밖으로 저마다의 창문이 수북이 수북이 깨져 주던



*시집, 노랑꼬리 연, 서정시학








단풍 오는 길로 당신은 가고 - 황학주



마음은 단풍에 빠진 맨발
그 마음 바스라기마다
이별하러 가는 생이 있는 거니?


지금 이별하는 자의 평균은 단풍 들어있다
살짝살짝 오그라든 입
이 안에 당신 들어 있니? 이 안에 있는 거 맞니?


중심이 흔들리던
흔들려서 중심이던,
기적소리 울리고 있다


당신, 알뜰히 다시 오긴 할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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