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행복의 가격 - 태미 스트로벨

마루안 2015. 10. 12. 09:21

 

 

 

이 책은 결혼 8년 차의 미국 한 중산층 부부의 미니멀리즘 실행기다. 34평 아파트에 살면서 차 두대를 소유했고 매일 쇼핑의 즐기던 부부는 어느 날 이렇게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인지를 자각한다. 부부는 아파트 대출 자금, 자동차 할부금 납부에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카드 대금 때문에 말다툼을 할 때가 많았다.

미니멀리즘 실행을 시작한 부부는 집 크기 줄이는 과정을 실천한다. 34평에서 22평, 다시 11평 원룸에서 현재 3.6평 작은 집에서 산다. 36평이 아니라 3.6평이다. 그렇게 좁은 집에서 어떻게 사냐는 의문은 이 책을 읽으면서 술술 풀린다.

집안 곳곳에 시도 때도 없이 쇼핑으로 사들인 물건을 하나씩 줄여 나가는 과정과 물건뿐 아니라 적게 쓰고 크게 노는 홀가분한 일상으로 변하는 과정이 저절로 공감이 간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이렇게 살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5년에 걸쳐 계속 물건을 줄이고 세 번의 이사 끝에 지금의 작은 집에서 홀가분함을 만끽한다. 저자가 작은 집을 선택함으로써 얻은 가장 큰 자산은 자유였다. 그는 말한다. "작게 살면 세상이 커진다. 금전과 시간 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아진다. 지금은 온 세상이 내 거실이다."

며칠 만에 급격하게 살을 빼겠다고 시도한 다이어트는 실패하기 쉽다. 저자의 미니멀리즘 실천도 계획을 세워 5년에 걸쳐서 천천히 이룬 결과다. 불가능할 것 같지만 100개 품목으로 살아가는 저자가 실천하는 일상이 궁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나도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있지만 100개 품목은 택도 없다. 허락도 없이 지구라는 행성에 잠시 머물다 떠나는 인생에서 왜 이렇게 필요한 물건이 그리도 많은지,, 미니멀리즘은 다이어트처럼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결과를 볼 수 있다.

저자는 이 싸움에서 지키기 위해 ONE-IN. ONE-OUT이라는 문구를 정해 놓고 실천한다. 정한 규칙에 따라 뭔가 새로운 물건을 살 때마다 가지고 있는 것 중 하나를 꼬박꼬박 자선단체에 내 놓는다. 책도 예전에는 읽고 나서 소장했지만 지금은 다 읽은 책을 팔거나 기부한다.

나도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 위해 소장했던 책을 전부 기부했다. 지금도 읽은 책은 서너 달 후쯤 주변에 나눠주거나 헌책방에 판다. 내가 아끼는 물건 또한 노트북 외에는 없다. 미니멀리즘도 처음만 어렵지 실행하고 나면 엄청 즐겁다.

이 책을 읽고 행복의 가격이란 남과 비교해서 매기는 것이 아님을 다시 깨닫는다. 궁상을 떨지 않는 선에서 조금 불편하더라도 덜 가짐으로 행복을 느끼는 역설을 맛본다. 안 사고 살 수는 없지만 덜 사고 살 수는 있다. 미니멀리즘 그리 어렵지 않다. 실천해 보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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