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병원 장사 - 김기대

마루안 2015. 10. 5. 03:08

 

 

 

참 좋은 책이다. <병원장사>라는 확 깨는 제목답게 내용은 아주 세밀하다. 좋은 기자도 좋은 의사도 많지 않은 시대에 이렇게 직접 발로 뛰면서 취재한 내용을 정리해 책을 낸 김기태 기자의 노고에 감사한다. 자고로 기자는 이렇게 해야 한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김기태 기자는 소외 되고 낮은 곳을 향해 눈길을 주는 사람이다. 예전에 <대한민국 건강 불평등 보고서>로 엠네스티 언론상과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보다 더한 상도 주고 싶을 정도의 감동을 받았다.

이 책은 대한민국 병원 실상을 낱낱히 파헤진 보고서다. 실제 기자는 몇군데 치질 전문병원을 찾아가 상담을 받으면서 요즘 병원이 얼마나 장사에 혈안이 되어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 병원은 당장 수술을 하라 하고 다른 병원은 그럴 필요 없이 경과을 지켜보고 결정해도 된다고 한다.

사람이 일생 동안 병원은 절대 가고 싶지 않은 곳이지만 아프면 갈 수밖에 없는 곳이다. 임신을 하면 아기를 낳아야 하는데 요즘 지방 군단위에 산부인과가 없는 곳이 태반이다. 이익이 나지 않아서다. 금방 아기는 나오게 생겼는데 산부인과를 찾아 큰 도시로 가야만 하는 산모들은 고행이다.

저자가 지적하듯 공공의료원이 많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돈 많은 사람이야 국내의 비싼 병원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고 외국의 명의를 찾아 원정치료를 떠난다지만 당장 치솟는 전셋집이 걱정인 서민들은 공공병원이 절실하다.

이 외에도 정말 알아야 할 정보가 가득하다. 과잉의료, 리베이트, 의료사고, 수술 거부 등,, 전문직인 의사가 한국에서는 스승의 위치에서 벗어나 저잣거리의 장사치를 자임하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내가 실제로 경험한 몇몇 의사도 이런 장사치였다.

왜 이 책의 제목을 병원장사로 정했는지 절실하게 알 수 있다. 병원을 무조건 나쁜 쪽으로만 몰아갈 수는 없다. 의사도 병에 걸리기에 치질 걸린 치과 의사는 수술을 위해 항문과를 방문하고 내과 의사도 충치가 생기면 치과를 갈 것이다.

물론 그들은 같은 직업이라 일반인보다는 서로를 잘 알 것이다. 일반인은 다르다.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은 내 병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 병은 의사만 고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부분이 기계나 약물이 담당한다. 그렇더라도 어떤 의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내 병이 달라진다. 이 책이 좋은 이유도 좋은 정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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