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시의 힘 - 서경식

마루안 2015. 10. 28. 09:32

 

 

 

서경식 선생이 처음으로 문학에 관한 책을 냈다. 예전에 읽었던 <소년의 눈물>에서 어린 시절 문학에 눈뜨는 과정을 알게 되었다. 그때 한 사람이 어떻게 지식으로 성장하는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사람도 식물도 씨앗에 앞서 텃밭이 얼마나 중요하던가.

열악한 환경에서 이렇게 훌륭하게 키워낸 서경식 선생의 부모님도 대단하다. 이 책에 나오기도 하지만 선생의 모친은 글을 쓸 줄 몰랐다. 나중 선생의 형들이 한국에서 정치범으로 몰려 감옥에 들어가자 면회를 위해 글을 깨우친다. 눈물겨운 장면이다.

서경식 선생은 일본에서 태어나 자랐기에 한국어가 서툴다. 당연히 그의 모국어는 일본어다. 그래서 번역을 해서 출판을 하는데 전주대 교수인 서은혜가 했다. 서경식 선생은 청소년 시절부터 글쓰기를 했는데 고등학교 때 작은 시집을 발간한다.

선생의 시들이 이 책에도 나오지만 서은혜 교수가 잘 번역을 해서인지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그는 왜 책 제목을 시의 힘이라 정했을까. 선생이 중학교 때부터 품은 글쓰기의 힘은 시에서 나왔지 싶다. 이건 내 생각이다.

자신의 시부터 윤동주, 한용운, 이상화, 김수영 등 한국 시인과 나가노 시게하루, 요시노 히로시, 이시카키 린 등 일본 시인도 언급한다. 모두 그에게 영향을 미친 시인들이다. 선생의 글이 예술성 짙고 격조가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선생은 이 책에서 많은 일본 시인을 알게 해줬다. 전부 내가 접하지 못했던 시인들이다. 선생에게 영향을 준 시인이라면 나도 그들의 시에서 충분히 감동을 받을 것이다. 이 책에서 진정한 시의 힘을 배운다.

시인보다 산문을 더 잘쓰는 서경식 선생의 책을 보면 이 땅의 시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동안 한국 시인들의 산문을 수없이 읽었지만 감동은 준 책이 별로 없었기에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