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흐드러지다 - 박이화 시집

마루안 2015. 8. 19. 09:18

 

 

 

천년의시작에서 좋은 시집을 많이 낸다. 시집물로는 나와 가장 잘 맞는 출판사가 천년의시작이다. 회사 이름도 시집 전문 출판사로 딱 어울린다. 오래된 출판사는 아니지만 150권을 훨씬 넘긴 <천년의시>, <시작시인선>에서 좋은 시인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

그 중 최근에 만난 시집 중에 박이화의 시집 <흐드러지다>가 단연 발군이다. 거의 한 편도 버릴 게 없을 정도로 고른 작품성에다 절묘한 은유에 담긴 시들을 읽으면서 탄복을 했다. 사랑에 빠졌거나 사랑에 실패한 중년들은 더욱 공감할 것이다.

시도 사람이 낳고 소비하는 상품이다. 작금의 시판이 아름다운 자연이나 말랑말랑한 인생을 노래하는 철없는 베짱이들의 뜬구름 타령으로 가득하다. 시도 인생의 한 부분,, 박이화의 시가 그렇다. 유치한 사랑을 오묘한 사랑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 그이 시의 힘이다.

박이화 시인이 무명 시인은 아니지만 두 권의 시집을 내고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아쉽다. 이 땅의 평론가들은 문학과지성이나 창비, 문학동네, 민음사 등 메이저 출판사에서 나온 시집만을 빨아주느라 이런 시에는 별로 눈길을 주지 않는다. 

첫 시집인 <그리운 연어>에서부터 박이화의 시는 에로틱한 비유에 묘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데 전혀 외설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 냄새 나는 솔직함 때문이다. 남이 갖고 있지 않은 재주가 있거든 자고로 시는 이렇게 쓸 일이다. 주목할 만한 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