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산에 사는 날에 - 조오현

마루안 2015. 1. 26. 21:32



산에 사는 날에 - 조오현



나이는 뉘엿뉘엿한 해가 되었고
생각도 구부러진 등골뼈로 다 드러났으니
오늘은 젖비듬히 선 등걸을 짚어 본다


그제는 한천사 한천스님을 찾아가서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물어 보았다
말로는 말 다할 수 없으니 운판 한번 쳐보라, 했다.


이제는 정말이지 산에 사는 날에
하루는 풀벌레로 울고 하루는 풀꽃으로 웃고
그리고 흐름을 다한 흐름이나 볼 일이다



*조오현 시집, 아득한 성자, 시학








아지랑이 - 조오현



나아갈 길이 없다 물러설 길도 없다
둘러봐야 사방은 허공 끝없는 낭떠러지
우습다
내 평생 헤매어 찾아온 곳이 절벽이라니


끝내 삶도 죽음도 내던져야 할 이 절벽에
마냥 어지러이 떠다니는 아지랑이들
우습다
내 평생 붙잡고 살아온 것이 아지랑이더란 말이냐





# 조오현 시인은 승려 시인이다. 산중에서 수도하면서 언제 이런 시심을 길렀을까. 군더더기 없는 정갈한 시편들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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