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한식의 배신 - 이미숙

마루안 2015. 1. 18. 23:39

 

 

 

매일 먹는 음식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의 역사와 함께 왔다. 한식도 마찬가지다. 초근목피로 연명할 때도 풍년이 들어 보리밥이라도 실컷 먹을 수 있을 때도 나름 그 시대의 조리법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고추나 감자처럼 새로운 먹을거리가 전래 되면서 조리법 또한 변했다. 소금에 절인 백김치에 고추가루가 들어가면서 빨간 김치로 서서히 변했다. 전통 김치를 꼭 정의한다면 무우를 소금물에 절인 동치미다. 배추는 한참 후에 재배된다.

이처럼 한식을 딱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국산 농산물을 주원료로 하여 가공되고 예로부터 전승되어 오는 우리 고유의 맛, 향 및 색깔을 내는 식품>이라는 한식의 정의는 이제 바꿔야 할 때다. 이 책의 저자는 <현재 한국인이 즐겨 먹는 음식으로 전통 한식과 변형된 한식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 책은 제목처럼 한식을 예찬하는 내용이 아니다. 우리가 전통식이라 먹고 있는 김치나 찌개류가 현대에는 피하거나 개선해댜 할 음식이라 말한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뜨거운 뚝배기에 담긴 찌개를 호호 불며 밥을 먹는 일상이 바람직하지만은 않단다.

왜 한식에는 꼭 국이 있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국은 나트륨 과다 섭취의 지름길이다. 건강식이라는 한식의 함정이자 배신이다. 나는 한식을 건강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김치와 된장이나 마늘이 항암작용을 한다면 한국인은 암 발병율이 낮아야 한다.

그런데 음식과 가장 연관이 깊은 위암 발생이 왜 유독 한국인에게 많은가. 나는 그 원인이 국물 음식 문화에 있다고 본다. 저자도 한식에서 국물을 없애거나 아니면 양을 절반으로 줄일 것을 권하고 있다. 요즘 대부분 싱겁게 먹는 편이지만 이 국물 문화를 벗어나지 못하면 한식의 세계화는 요원하다.

외국 생활을 오래 하면서 우리 음식이 얼마나 원시적인지를 절실하게 깨달았다. 자기 음식을 비하할 필요는 없다. 가난한 시절에 생선 한 마리를 온 가족이 먹기 위해서는 솥에 야채와 생선을 넣고 끓인 탕이 가장 무난했을 것이다.

아무 간을 하지 않은 맨밥을 먹기 위해서는 짭짤한 반찬과 국물이 필요했다.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식당에서 찌개 하나를 시켜도 밥과 반찬이 자동으로 줄줄이 따라 나오는 것도 개선해야 한다. 음식 쓰레기가 환경 오염의 주범임을 모르는가.

음식 남기는 것을 마치 교양 있는 미덕인 것처럼 여기는 것도 고쳐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 위생 문제가 있는 반찬 재활용도 음식을 남기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식의 개선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하루 아침에 이 오랜 식습관을 고치기는 힘들다. 한식이 수천 년을 두고 변하면서 내려 왔듯이 현재의 한식도 조금씩 국물 음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한식의 문제점과 미래 방향을 잘 제시하고 있다. 눈여겨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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