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모든 매체에서 음식에 관한 정보가 차고 넘친다. 방송에서는 종일 먹는 장면을 중계한다. 소위 먹방이라 불리는 프로그램이 난무하는 것도 대중들의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프로에 광고가 많이 붙으니 방송사도 당연 먹방 제작에 열을 올린다.
먹방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저렇게 먹고 어떻게 사냐다. 유튜브에서 인기라는 어떤 먹방은 출연자가 그 자리에서 몇 종류의 라면을 시식하면서 총 5인 분의 라면을 먹는 걸 보았다. 맛있다는 느낌에 군침이 돌기보다 저렇게 먹어도 괜찮나였다.
나도 식탐이 있는 편이지만 과식은 하지 않는다. 완전한 영양 균형은 아니더라도 편식 없는 소박한 식사에 가능한 남기지 않고 다 먹는 편이다. 유명 맛집을 찾는 일도 거의 없다. 불원천리를 마다하고 맛집을 찾아 다니는 사람들이 되레 유난스러워 보인다.
어쩔 수 없이 외식을 하더라도 구내식당이나 근처 한적한 식당의 백반이다. 이따금 저렴한 한식 부페를 찾기도 한다. 부페에서도 과식은 없다. 과식을 하면 죄책감이 든다. 어느 곳 어느 나라 누군가는 굶주림에 시달리는데 내가 이래도 되나 반성한다.
누군들 맛난 음식 앞에서 더 먹고 싶은 생각이 없겠는가. 본능적인 식탐을 억제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 싸움에서 늘 이긴다. 덕분에 군대 제대하고 25년이 넘었지만 그때 체중이 그대로다. 변화가 있더라도 더하기 빼기 1킬로 정도다.
<음식 문맹자, 음식 시민을 만나다>. 이 책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읽으면서 나도 여러 부분에서 음식 문맹임을 알았다. 내 입으로 들어오는 음식은 삶의 원천이다. 자동차가 기름을 주입해야 움직이듯 사람 또한 음식이 들어가야 생명이 유지된다.
내 입으로 들어오는 소중한 음식인데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먹는 음식의 재료 중에 내가 직접 생산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나를 먹여 살리는 것들이 전부 남이 만들어준 것이다. 먹기만 했지 그 감사함을 모르고 살았다.
식품의 유통 과정도 마찬가지다. 현대 사회는 이미 자기 지역에서 생산한 식품으로는 식생활이 불가능한 시대다. 얼마전에 누이집에 갔더니 모처럼 누이가 만두국을 했다. 번거롭게도 직접 만두를 빚었다. 며칠 전에 전화 통화를 하면서 옛날에 먹었던 누이의 만두 얘기를 한 게 발단이다.
신김치 다지고 두부 눌러 물 빼고 고기 다지고 부추, 양파 등 몇 가지 야채 넣고, 거기다 만두피까지 미리 반죽해서 숙성해 밀어야 하니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주방이 온통 난리다. 누이도 간만에 만들면서 그냥 마트에서 사다 쓸 걸 했다.
만두가 먹고 싶다고 요즘 가정에서 직접 만두를 빚어 먹는 집이 얼마나 될까. 누이가 빚은 만두도 이것이 마지막일 거라 여기면서 먹었다. 마트에 가면 여러 가지의 냉동만두가 있다. 이 책에서는 가능한 가공 음식을 피하고 현지음식(로컬푸드)을 먹어야 한다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책을 읽고 내가 거의 매일 먹는 견과류의 생산지를 확인했다. 브라질넛은 페루, 호두는 미국, 아몬드는 칠레, 호박씨는 중국, 해바라기씨는 루마니아 산이다. 찾으면 국산이 있겠지만 값이 엄청 비싸다. 넉넉치 않은 경제력에서는 부담스럽다.
이런 것뿐인가. 가공 식품에 들어가는 식재료 또한 국산보다 외국산이 더 많다. 넘쳐 나는 밀가루 식품 중에 국산밀로 만든 제품이 과연 몇 개나 있을까. 현지음식이 내 몸에 좋겠으나 상류층이 아니면 이렇게 먹다간 대부분의 월급을 식품비에 써야한다.
음식 문맹을 깨는 것은 중요하다. 쇠고기 1킬로를 생산하기 위해 소에게 8킬로의 곡물 사료가 들어간다니 고기만 적게 먹어도 많은 곡물이 절약되어 굶주리는 사람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한다. 버리는 음식을 줄이는 것도 음식 문맹자를 벗어나는 일이다.
단순히 내가 남긴 음식이 쓰레기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처리하는 데에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음식이 버려져서 손해, 음식 쓰레기 처리 비용으로 이중 손해가 발생한다. 이래저래 깨어 있는 음식시민이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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