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 백창우

마루안 2015. 1. 13. 01:20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 백창우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어둑한 겨울을 거슬러 성큼성큼 해를
찾아가는 눈 맑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가슴 속에 고운 씨앗 하나 품고 있는
가슴 저 깊은 곳에 빛나는 별 하나
마련해 둔 그대는 지금 어느 들을 걷고 있는가


멀리 개 짖는 소리 그치지 않고
어둠 속 삼삼오오 몰려 다니는데
살아있는 것들은 다 어딜 갔는지
아아 살고 싶다
그대 앞에 늘 깨어 있고 싶다

 


*시집,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신어림








소주 한잔 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닐세 - 백창우



울지 말게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날마다 어둠 아래 누워 뒤척이다, 아침이 오면
개똥 같은 희망 하나 가슴에 품고
다시 문을 나서지
바람이 차다고, 고단한 잠에서 아직 깨지 않았다고
집으로 되돌아오는 사람이 있을까


산다는 건, 만만치 않은 거라네
아차 하는 사이에 몸도 마음도 망가지기 십상이지
화투판 끗발처럼, 어쩌다 좋은 날도 있긴 하겠지만
그거야 그때 뿐이지
어느 날 큰 비가 올지, 그 비에
뭐가 무너지고 뭐가 떠내려갈지 누가 알겠나


그래도 세상은 꿈꾸는 이들의 것이지
개똥 같은 희망이라도 하나 품고 사는 건 행복한 거야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사는 삶은 얼마나 불쌍한가
자, 한 잔 들게나
되는 게 없다고, 이놈의 세상
되는 게 좆도 없다고
술에 코 박고 우는 친구야




 

# 돌아보면, 아니 돌아보지 않아도 내 인생은 자꾸 꼬이기만 한 좆같은 인생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운명은 자신이 개척하기 나름이고 정해진 운명이란 없다고 믿는 편이지만, 비빌 언덕 하나 없이 외로울 때면 참 가련한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누구나 말 못할 고민 한두 개는 가지고 있을 터, 그것이 바꿀 수도 반품할 수도 없는 것이라면 죽을 때까지 짊어지고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나마 문자를 깨우쳐서 글을 읽을 수 있고, 이런 시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좆도 되는 게 없는 좆같은 인생이지만 이것이 내게는 작은 위안이다. 나 또한 술 한잔 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