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보내며 - 이상개
-1593. 2. 5.
억수같이 쏟아지던 비도 그치고
진중에 찾아온
친구를 보내며
이별 잔을 든다
이제 싸움이 벌어지면
나는 싸움터로 가야 하지만
그대는 어디론가 피란 갈 테지
만나고 헤어짐은
생사와도 같은가
술 한 잔의 정과
술 한 잔의 쓸쓸함
진중이 유림터는 아니지만
풍류의 멋조차 맛볼 수 없네
그러나 벗이여
내 한 몸 술잔에 있음이 아니라
바다 한가운데 떠 있기 때문이리라
*시집, <시, 난중일기>, 경남출판
증손전수방략(增損戰守方略) - 이상개
-1592. 3. 5.
서애(西厓)는 내 어릴 적 어깨동무
그의 총명함과 인품은 넓고 따뜻해
정승이 되어 권세가 하늘을 찔러도
하찮은 미관말직의 친구 걱정 하는구나
사리사욕 당략도 아랑곳없이
과감히 천거하여 중책을 떠맡기더니
오늘은 인편에 전술책 한 권 보내왔네
이름하여 증손전수방략
해전, 육전, 화공법을 읽어 가노라니
손오자 병법과는 또 다른 병법이라
참으로 만고에 특이한 전술과 전략
가슴이 탁 트이고 눈이 환히 밝아오네
서애여 고마우이 내 진충보국함세.
# 지방의 원로 시인 이샹개 선생이 난중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풀어낸 시다. 쉽고 명료하게 감동이 전해온다. 오래전에 난중일기와 징비록을 읽으면서 울거나 울분을 토하거나 했던 기억이 새롭다. 내가 글자를 깨우친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한줄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낭만에 대하여 - 박두규 (0) | 2015.01.11 |
---|---|
신 벗고 들어가는 그곳 - 황지우 (0) | 2014.12.26 |
그 조용한 힘이 - 허순위 (0) | 2014.12.26 |
삶은 일회용인가 - 박종해 (0) | 2014.12.14 |
역마살 - 고철 (0) | 2014.1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