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 최두석

마루안 2015. 1. 18. 22:12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 최두석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무슨 꽃인들 어떠리
그 꽃이 뿜어내는 빛깔과 향내에 취해
절로 웃음짓거나
저절로 노래하게 된다면


사람들 사이에 나비가 날 때
무슨 나비인들 어떠리
그 나비 춤추고 넘놀며 꿀을 빨 때
가슴에 맺힌 응어리
저절로 풀리게 된다면



*시집,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문학과지성

 


 


 



느티나무와 민들레 - 최두석


 
간혹 부러 찾는
수백년 묵은 느티나무 아래
민들레 꽃씨가
앙증맞게 낙하산을 펼치고
바람타고 나는 걸 보며
나는 얼마나 느티나무를 열망하고
민들레에 소홀하였나 생각한다.
꿀벌의 겨울잠 깨우던 꽃이
연둣빛 느티나무 잎새 아래
어느새 꽃씨로 변해 날으는
민들레의 일생을 조망하며
사람이 사는데 과연
크고 우람한 일은 무엇이며
작고 가벼운 일은 무엇인가 찾아본다.
느티나무 그늘이 짙어지기 전에
재빨리 꽃 피우고 떠나는
민들레 꽃씨의 비상과
민들레 꽃 필 때
짙은 그늘 드리우지 않는 느티나무를 보며
가벼운 미소가 무거운 고뇌와
함께 어울려 사는 모습을 떠올린다.

 





최두석 시인은 1956년 전남 담양 출생으로 서울사대 국어교육과와 동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0년 <심상>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고 시집으로 <대꽃>, <임진강>, <성에꽃>,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투구꽃> 등이 있다. 현재 한신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