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전주를 거쳐 아침 일찍 진안행 버스에 올랐다. 진안 터미널에 도착하니 장날이었는지 시골 노인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늘 이런 풍경에 눈길이 간다. 화사하고 세련된 것보다 오래 되고 낡은 풍경을 좋아한다. 시골 버스는 배차 시간이 길다.
심지어 오전에 한 대 오후에 한 대만 있는 경우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지의 조건이다. 오전에 들어갔다 유유히 시골 풍경에 빠졌다가 오후에 들어오는 버스를 타고 나온다. 이 할머니들은 얼마나 기다려야 당신이 탈 버스가 오는 것일까.
이번 여행은 마이산을 직접 오르지 않고 둘레 코스를 도는 것이다. 이렇게 마이산 주변을 둘러 본 것은 처음이다.
이 등산 코스는 그렇게 험하지도 않고 산길을 걷는 동안 줄곧 말 귀처럼 쫑긋 솟은 마이산이 보이는 매력이 있다.
마이산 둘레를 한 바퀴 돌고 탑사로 가기 위해 행락 코스로 접어 들었다.
마이산 입구에는 가을과 봄이 공존하는 작은 저수지가 있다. 마이산은 매표소 입구가 두 군데 있는데 이곳은 북부다.
마이산은 벚꽃이 서울보다 더 늦게 핀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개화가 늦은 곳 중 하나일 거다.
언제 와도 신비로운 분위기인 탑사다. 이곳도 봄이 늦게 온다.
마이산에 마이사가 있다. 비교적 덜 알려진 작은 절이다. 가정집처럼 꾸며진 절이 무척 친근하게 느껴진다.
마이산을 나와 주변 농촌 마을을 걷는다. 비로소 제대로 봄 분위기를 느낀다.
마을을 걷다 보면 이런 풍경을 만나는 호사도 누린다. 풀냄새 풍기는 밭둑에 앉아 바라보는 풍경이 정말 장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