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은 절 구경보다 조계산 등반이 목적이었다. 조계산 사이에 송광사와 선암사가 있다. 등산 겸 두 사찰을 둘러보는 알뜰한 여행이다. 송광사를 가기 전에 불일암에 들렀다. 한때 법정 스님이 머물렀던 곳이다. 스님은 폐허로 버려진 불일암을 새로 짓고 이곳에서 많은 저서를 남겼다. 불일암 올라가는 길이 무척 예쁘다.
이 길을 무소유 길이라 부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입으로만 무소유를 말한다.
불일암을 찾아가는 수녀들이 보인다. 종교는 다르지만 이렇게 서로 존중하는 마음이 진정한 종교인의 자세다.
불일암 올라가는 길은 무소유의 길답게 한적하다. 긴 겨울을 잘 인내한 시누대가 조용히 바람소리를 내며 방문객을 맞이한다.
불일암은 완연한 봄이다. 곧 떠날 채비를 하는 봄볕이 따뜻해 눈이 부시다. 툇마루에 누워 잠시 낮잠을 자도 좋겠다.
법정 스님이 머물렀던 방 앞에 하얀 고무신이 놓여 있다. 누구요? 하면서 스님이 나올 것 같다.
법정 스님은 생전에 불일암 앞뜰에 있는 후박나무를 무척 아꼈다고 한다. 그 아래 당신의 유골이 묻혔다.
송광사 입구다. 가는 봄이 아쉬운지 연둣빛 나뭇잎들이 손을 흔든다.
승보사찰 송광사는 워낙 유명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다.
소원을 빌지는 않았으나 오색 연등을 보면 저절로 소원이 이뤄질 것 같다.
선암사로 넘어 가는 조계산 등산로다. 이 길만 따라 가면 선암사는 저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