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 映

무게 - 전규환

마루안 2014. 7. 15. 20:09

 

 

 

나는 이런 영화를 좋아한다. 날것 그대로의 리얼리티와 환타지가 결합되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다. 제한 상영가 판정을 받고 심의 통과가 안되어 한동안 개봉을 못하고 갇혀 있다가 몇 군데 손을 봐 재심을 통과한 후에야 세상에 나온 작품이다.

전규환 영화는 늘 이렇게 생채기를 몇 개씩 남기며 관객에게 선을 보인다. 고아원에서 자란 정씨는(조재현) 어렸을 때 입양 되어 양장점을 하는 새엄마의 아들과 함께 컸다. 애인에게만 한눈을 파는 엄마 밑에서 형제는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을 갖게 된다.

이후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형제는 엄마에게 버림을 받는다. 사고로 곱추가 된 정씨는 시체 안치소에서 시신을 닦는 일로 생계를 유지한다. 동생은 양장점 재단사로 일하면서 성전환 수술을 원하는 트렌스젠더다. 이것부터가 영화는 참 파격적이다.

정씨 주변 또한 밑바닥 생활을 하는 자들이 많다. 흉한 얼굴 때문에 헬맷을 쓰고 생활하는 남자는 결혼도 못하고 창녀촌을 맴돈다. 그곳에서도 외모가 흉하다며 쫒겨나고 그런 아들의 성욕구를 풀어주기 위해 어머니는 갖은 노력을 하지만 실패를 거듭한다.

영화는 시종 어둡고 칙칙하고 괴기스럽게 흘러간다. 불편하면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영화는 파격적인 장면이 계속된다. 곳곳에 환타지 장면을 넣어 숨통을 트게 하지만 이런 장면 또한 파격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조재현과 라미란이 시신이 누워 있는 안치소에서 술에 취해 춤을 추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담배 연기 자욱한 공간에서 윤기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마른 작대기 같은 춤이 한없이 슬프다.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라는 암시이기도 하다. 누워 있던 시신들이 모두 일어나 왈츠곡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은 영화의 압권이다. 각자의 악연을 털어버리는 단체 살풀이춤이라 해도 되겠다.

사랑이라는 것이 묘해서 나는 좋은데 상대는 멀어지고 나는 물리치고 싶은데 상대는 달려드는 인연의 어긋남도 곳곳에 숨어 있다. 저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지 말하고 싶은 삶인데 살고 싶어서 시신의 입을 벌리고 금니를 뽑는다.

영화의 결말 또한 비극적이다. 잘못 날아온 새처럼 앉을 곳을 찾지 못해 방황했던 형제는 영원한 잠에 함께 든다. 119 구조대에 의해 실려온 시체를 닦고 화장을 해서 염하는 직업은 마지막에 동생을 위해 제대로 발휘된다. 자신은 정씨가 아니라 본래의 이름이 있었다고 독백을 한다.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그 이름과 함께 자신을 이 세상에 놓고 갔다는데 그는 과연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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