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 映

궤도 - 김광호

마루안 2014. 3. 21. 19:56

 

 

 

나는 이런 영화를 좋아한다. 많은 영화를 보기보다 마음 가는 영화를 깊이 보는 것을 선호한다. 이 영화도 몇 번을 봤던가. 대사가 거의 없는 영상으로 쓴 詩라고 해도 되겠다. 아니 대사가 필요 없다. 스포일러 따질 것도 없다.

 

어릴 적 사고로 두 팔을 잃은 남자는 엄마에 대한 미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안고 산다. 외딴 집에서 홀로 산나물을 캐며 살기에 누구와 대화할 일도 없다. 가슴에 깊이 박힌 상처 때문에 말문을 닫고 산다고 해도 되겠다.

 

두 발로 담배를 꺼내고 성냥을 켜고 깊이 들이 마신 담배 연기를 내뿜을 때의 고독이라니,, 절로 애틋함과 동시에 남자의 신산한 인생에 한숨이 나온다. 천년 묵은 고독이 이런 것일까. 발로 면도도 하고 머리까지 감는다.

 

없으면 불편하지만 팔이 없다고 죽으란 법은 없는 모양이다. 남자의 유일한 낙은 발가락으로 기타를 연주하는 것, 이런 쓸쓸한 삶에 벙어리 여인이 찾아 오면서 남자의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 저 여인은 도망친 것일까 숨어든 것일까. 무슨 사연이 있을까.

 

말 없이도 소통이 가능할까. 남자의 초라한 집에는 모처럼 사람 사는 생기가 돈다. 남자에게도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너무나 정적이고 시적인 영화는 자극적인 장면 없이도 보는 이를 몰입하는 하게 하는 힘이 있다. 긴 여운이 남는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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