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 映

댄스 타운 - 전규환

마루안 2013. 8. 17. 23:18

 

 

 

전규환 감독의 댄스 타운 중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다. 개봉 순서는 애니멀 타운, 모짜르트 타운, 댄스 타운이다. 탈북자로 남한에 정착해 미처 탈북하지 못한 남편을 기다리며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라미란의 연기도 대단하다. 배우란 자고로 이렇게 해야하는 것이다.

전규환 감독 작품의 특징이기도 하거니와 영화는 곳곳에 밑바닥 사람들의 스산한 풍경이 스며있다. 중풍으로 누운 할머니, 걷지 못하는 장애인, 낙태로 고민하는 여고생, 그런 여고생을 키우는 싱글맘, 단순 노무에 시달리는 저임금 육체노동자들, 이 영화의 여주인과 같은 탈북자들, 공무원이라는 안일한 울타리에 갇혀 사는 말단 경찰 공무원,

장애인이나 독거노인은 셋집 구하기도 힘들다. 거기에 탈북한 리정림(라미란)의 고단한 남한 생활이 시작된다. 물론 리정림의 일상이 주무대지만 나머지 군상들도 얽히고 설킨 인연으로 엮여 서로 연관이 되어 흘러간다. 하긴 상류층이나 밑바닥이나 사는 것은 서로 엮이는 것이다. 그것이 선한 인연이든 악연이든,,

낙태로 고만하는 여고생은 정림이 일하는 세탁소 직원이고 장애인은 교회 봉사활동으로 도시락 배달을 하는 정림이 방문하는 집이다. 경찰은 정림을 검문하다 얼굴을 익히고 되고 탈북자라는 것을 알고 접근해 친구가 되어 골목길에서 섹스를 한다. 내가 본 섹스신 중 단연 인상적이다. 골목길에서 흘레 붙은 개처럼 길에서 하는 섹스가 숨가쁘고 처절하다.

탈북을 기다리던 남편의 총살 소식에 정림은 오렬을 하고 여고생이 본드를 마신 갈대밭을 배경으로 다시 분주한 도시의 하루가 시작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전규환 영화의 진수를 봤다. 친절하지는 않지만 묘한 매력을 느끼는 작품이다. 그의 타운 시리즈 3부작을 모두 봤지만 나는 이 댄스 타운을 언급한다. 춤을 추기에 좋은 계절은 겨울인가. 아니면 교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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