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목수정

마루안 2014. 1. 17. 21:59

 

 

 

읽어야지 하면서 마음만 먹다가 놓친 책이 많다. 나중 인연이 되어 손에 잡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뒤로 밀려나 잊혀지고 만다. 목수정의 책이 그럴 뻔했다. 목록에는 올라 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기회가 닿지 않았다. 뒤늦게 작정하고 읽었다.

이 책과 더불어 <야성의 사랑학>, <월경독서>를 연달아 읽었다. 최근 이토록 한 작가의 글에 몰입해서 읽은 기억이 있던가 싶게 푹 빠졌다. 일단 그의 책은 흥미롭게 술술 읽힌다. 똑 부러지게 야무진 글이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묘한 끌림이 있다.

이전에 몇 번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에 실린 그녀의 칼럼을 읽은 기억이 있다. 그냥 지나쳤는데 이제보니 그녀였다. 세 권 다 흥미롭게 읽었으나 감상 후기는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으로 정했다. 나는 이렇게 도발적인 제목이 좋다.

책 제목만 도발적인 것이 아니라 그녀의 삶 또한 도발적이다. 어떤 사람이기에 이렇게 자발적으로 드센(?) 삶을 선택했을까 약력이 궁금했다. 목수정은 고려대 노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관광공사, 동숭아트센터에서 문화축제나 공연 등을 기획했다.

서른 넘어 파리로 유학을 떠나 파리8대학에서 문화정책을 공부했다. 거기서 22세 연상의 프랑스 예술가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 이 책에는 그 사랑의 여정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결혼을 하지 않고 우리로 치면 동거를 하는 커플이다. <칼리>라는 이쁜 이름을 가진 아이도 낳았다.

우리 문화에서는 이 커플 관계가 낯설지만 실제 프랑스에는 흔한 일이다. 오히려 결혼 커플보다 비혼 동성 커플을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어쨌거나 이 책은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아이를 키우는 여성의 당당함이 아름답다.

역시나 두 사람의 관계가 프랑스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나 한국의 엄마는 다시는 보지 말자고 했다. 아이 낳고 조금씩 모녀 관계가 풀리기는 했어도 두 사람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부자연스런 것은 여전하다. 그래도 그녀는 당당하게 산다.

늙은 서양 남자와 결혼도 않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젊은 한국 여성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작가의 어머니가 처음에 딸을 이해하지 못한 것도 당연하다. 고정 관념을 깨고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열심히 살고 있다. 흔히 운명이니 팔자니 하는 말이 있다. 정해진 운명이든 개척한 운명이든 자신에게 당당하면 되는 거다. 그녀의 삶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