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한국보다 위도 상 훨씬 위쪽에 있으나 겨울이 한국보다 따뜻하다. 당연 런던에서 눈 구경 하기는 일년에 한두 번이다. 북부에 있는 스코들랜드는 눈이 자주 오겠으나 런던에 10년 넘게 살면서 눈 구경 한 것은 몇 번밖에 없다. 어떤 해는 아예 눈을 못 본 겨울도 있다.
설사 눈이 왔다 해도 금방 녹아버린다. 한겨울에도 웬만해선 영하로 내려가는 날씨가 없기 때문이다. 우기인 겨울엔 늘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이 많다. 그렇다고 비가 쏟아지는 것도 아니다. 우산을 쓰기도 안 쓰기도 애매한 가랑비 정도다.
안개비도 자주 내린다. 매운 추위는 없지만 이런 날이 더 으슬으슬 한기가 스민다. 며칠 전 런던에 눈이 내렸다. 이렇게 많이 쌓이고 녹지 않은 것도 처음이다. 눈 만난 강아지마냥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뽀드득 뽀드득 발자국 소리를 오랜만에 듣는다.
부지런한 누군가 일찍 일어나 산책을 나왔다가 눈사람을 만들었나 보다. 눈사람에 대한 낭만을 잊고 살았다. 눈사람과 금방 친해진다. 이들은 곧 녹아서 사라질 것이다. 그러기 전에 인사를 건넨다. 안녕 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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