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그랬다. 영국 살면 원 없이 여행 다니겠네. 볼 게 얼마나 많은 나라인데,, 맞다. 영국엔 볼 게 많아 여행하기 좋은 나라다. 그러나 한국에 있을 때처럼 영국에서도 일 하느라 여행을 많이 하지 못한다. 그래도 하루에 다녀 올 수 있는 근거리 여행을 가끔 했다.
나와 같은 열에 있는 기차 안에 한 남자가 앉이 있다. 나처럼 혼자 여행을 하는 사람이다. 공교롭게 그가 좌석 네 개를 차지하고 있고 내가 앉은 네 개 좌석도 나 혼자다. 승객이 별로 많지 않은 탓에 어쩌다가 눈인사를 나눴다.
음료를 파는 작은 수레가 지나간다. 그는 홍차를 시키고 나는 커피를 주문했다. 차를 마시던 그가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는다. 통로를 사이에 두고 대화가 시작 되었다. 맞춰 보라고 했더니 일본 아니면 중국인처럼 보인다고 했다.
노 했더니 어느 나라냐고 다시 묻는다. 아시아의 아무 나라나 찍어보라 했다. 몽골,, 푸하하 내가 웃음을 터뜨리자 맞췄다고 생각했는지 그도 웃는다. 한국인이라고 하자 아! 하면서 노스, 사우스 하고 물었다.
어김 없다. 영국에 살면서 내가 한국인이라 하면 절반 가까운 사람이 남이냐 북이냐를 묻는다. 그들은 꼭 노스를 먼저 말한다. 방향도 자신을 중심에 두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스페인에서 온 <디에고>다. 연극 배우라고 했다. 스스로 유명하진 않단다.
영국 곳곳을 돌기 위해 이틀 전에 왔단다. 2주일의 일정이라 했다. 잠시 후 내가 책을 읽는 동안 그가 잠이 들었다. 나도 잠에 전염이 되었는지 금방 커피를 마셨는데도 졸립다. 잠시 꿀 같은 낮잠을 잤다. 여행자의 낮잠은 이렇게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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