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별빛, 저 환한 눈물 한 점 - 주용일

마루안 2013. 4. 6. 21:35



별빛, 저 환한 눈물 한 점 - 주용일



별이 밤마다 반짝이는 것은
아득한 세월 우주를 떠돌던 외로움 때문이다


그대에게 닿고 싶었던
간절한 마음 한 줌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신공양 제 몸에 불 질러
한사코 빛 뿌리고 있는 것이다


별이 어둠 속에서
제 몸 사루고 남은 외로움이
둥글고 환한 사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데굴데굴 굴러가 그대에게 닿고 싶은 마음이
세월 속에서 단단하게 뭉쳤기 때문이다


별빛, 저 환한 눈물 한 점
별은 제 외로움 끝나는 날까지
제 몸 사르는 일 그만 둘 수가 없다


지금도 어둠 속에서 별이 반짝이는 것은
수수천년,
무릎걸음으로 다가가야 할 그대와의 거리가
아직도 까마득하기 때문이다



*시집, 꽃과 함께 식사, 고요아침


 






참회록 - 주용일


 
칼날처럼 살았다
나를 스치는 것들은 상처 입고 피 흘렸으며
내 손길을 거치는 것들은 부서지고 망가졌다


그러나 잘 벼려진 내 영혼의 칼날은
또 얼마나 쉬이 상처를 입었던가
너에게 닿기 전에 칼날은 슬픔으로 울었고
세상과 부딪혀서는 이가 빠지고,
달콤한 사랑으로 녹이 슬고,
때때로 환하게 빛나는 칼빛이
스스로를 동강내기도 했다


돌아보면 칼날처럼 살았다
세상 난도질하고도 스스로를 베지 못하는
부끄러운 칼날로 살았다
강물 속에서 쟁쟁 우는
아쟁 소리 건져 올려 벼린 칼날처럼
아픈 노래만 부르며 한 생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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