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오늘은 나의 몫, 내일은 신의 몫 - 류시화

마루안 2022. 8. 11. 21:32

 

 

오늘은 나의 몫, 내일은 신의 몫 - 류시화


내 마음속에 머무르는 새여
네가 나를 아는 것만큼은
누구도 나를 알 수 없다
너는 두려움과 용기의 날개를 가졌으며
상실과 회복의 공기 숨쉬며
날것인 기쁨과 슬픔에 몸을 부딪친다
너의 노래는 금 간 부리가 아니라
외로운 영혼에서 나온다
그럼에도 희망의 음표를 잃지 않는
내 마음속에 머무르는 새여
내일 네가 어느 영토로 날아갈지는
내가 생각할 일이 아니라
신이 결정할 일
삶이 가져가는 것에 대해서는 불안해하지 않으련다
삶이 남기고 가는 것도
삶은 전부를 주고 그 모든 것 가져갈 것이므로
오늘은 나의 몫
내일은 신의 몫

 

 

*시집/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수오서재

 

 

 

 

 

 

나는 이따금 나를 보며 경이로워한다 - 류시화


나는 이따금 나를 보며 경이로워한다
어떻게 이토록 완벽한 대칭의 팔다리를 갖게 되었을까
달의 얼굴보다 더 대칭인 얼굴을
단추도 필요 없는 방수 피부는 자랑할 만하지 않은가
어떻게 두 눈이 한 방향으로 보는 일이 가능할까
서로 다른 쪽을 향한 고리 모양의 두 귀가
소리를 하나로 만드는 일이
두 무릎은 절지동물처럼 한 동작으로 구부러지고
두 눈꺼풀은 1분에 스무 번을, 아니 놀랐을 때는
두 배  빠르게 한 치 오차 없이 동시에 깜빡이는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하나의 심장이 반대되는 두 욕망을 갖는 일이
그러면서도 내 몸을 둘로 가르지 않는 놀라운 일이
어떻게 해서 누구와도 다른 음색의 목소리가
내 목소리가 되고
얼굴은 한 가지 표정을 죽을 때까지 간직하는 인내심을

어디서 배웠을까
나는 언제부터 나였을까
나는 이따금 나를 보며 경이로워한다
내가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새알 같은 두 뺨 , 매 순간
빛과 어둠을 번갈아 여행하는 두 눈
다른 입술 갈망하는 입술을 서서히 허물어뜨리는
이 삶은 무엇인가
기립근을 주저앉혀
왼손을 무릎에 받치고 간신히 일어서게 만드는 이 삶은
어느 틈엔가 내가 나이기를 그만두게 하고
완벽한 대칭의 갈비뼈 안에서 두근거리는 심장을
돌처럼 굳어 버리게 만드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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