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초원 - 하상만

마루안 2022. 8. 8. 21:27

 

 

초원 - 하상만

 

 

더 이상 달아나지 않고 토피 무리가

먹혀 가고 있는 동료를 바라보고 있다

하이에나는

검은 주둥이를 깊숙이 집어넣고

먹이를 물어뜯고 있다

토피들은 안다

하이에나가 먹을 만큼만 사냥한다는 것을

동료가 죽는 동안

안전하다는 것을

얼굴을 든 하이에나가 동료의 얼굴에 범벅이 된

붉은 피들을

혓바닥으로 핥는다

서로를 닦아 주는 게 아니라 마지막까지 먹고 있다

토피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할까

내가 아니니까

오늘도 무사하니까

약자들의 수는 언제나 더 많지만

소수를 이기지 못한다

모여서 달아나기만 한다

모여서 몰아내지 않는다

동료의 마지막 피까지 핥고 있는 하이에나를

보면서

자연스러운 거라고

자연은 변하는 법이 없다고

체념한다

 

초원의 청소부 독수리가 날아와

남은 음식을 먹는다

 

 

*시집/ 추워서 너희를 불렀다/ 걷는사람

 

 

 

 

 

 

자연 - 하상만

 

 

-자연스럽게 살고 싶은 게 인간이다.  무함마드 클루

 

'다행히' 다리를 저는 사슴이 있었습니다

치타가 사냥을 할 때 내레이터는 그렇게 말했다

사슴의 핸디캡은 양쪽에 도움이 되었다

그가 죽는 동안 치타는 배가 부르고

동료들은 안전한 장소로 갔다

자연스러운 것이다

약자가 희생되는 것

약자가 강자를 살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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