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나이를 먹는다는 것 - 유기홍

마루안 2022. 3. 21. 21:36

 

 

나이를 먹는다는 것 - 유기홍

 

 

이제 순수하지 못하다는 것

세상에 많은 연결고리를 보았다는 것

 

몇 번 정의를 계산한다는 것

나의 위치를 생각해보았다는 것

 

친구가 없다는 것

사회적 위치를 확인하는 것

 

오늘이 즐거운 것

내일의 죽음을 망각했다는 것

 

그래도 바람과 꽃이 좋다는 것.

 

 

*시집/ 모든 관계에서 오는 시간의 암호/ 북인

 

 

 

 

 

 

별일 없이 산다 - 유기홍

 

 

글을 처음 배울 때부터 많은 반대말을 찾아왔지

시작은 무식하지 않기 위해 유식하기 위해서

숙제로 비슷한 말과 반대말을 찾았지

 

게으르지 않기 위해 부지런을 떨었고

할머니와 아버지와 어머니의 가난이 싫어

나도 막연하게 부자가 꿈이었지

 

불행이 창피해서 행복한 척도 했었고

어두운 밤이 싫어 밤에 눈 감고 자는 시늉을 했고

낮에는 아무도 모르게 빨간 눈으로 졸곤 했지

 

사랑을 하기 위해 미움을 버리려 노력했고

 

해의 반대가 달인가? 별인가?

달의 반대가 별인가?

 

유식해도 부자여도 행복해도

사랑해도

외로움의 반대말을 찾지 못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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