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의 혼자 - 박인식
벤치에 혼자 앉아 있다
기다리는 그 무엇은 혼자 온다 하니까
아무도 누구를 기다리느냐 묻지 않는다
무대 위는 줄곧 나 혼자니까
연극 끝날 때까지 혼자 앉아 있을 것이다
온다는 그 무엇은 혼자라도 끝내 오지 않아
아무도 누구를 기다리느냐 묻지 않을 것이니까
막이 내려와야 그 무엇이 혼자 오길 기다리지 않는 혼자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여기 벤치는
거기 조리 있는 벤치와는 달리 부조리 연극의 벤치
막 또한
올라간 적이 없어 아주
내려오지 않을
부조리의 막
연극이 끝난다 해도 나는 혼자 앉아 있을 것이니까
*시집/ 내 죽음, 그 뒤/ 여름언덕
고흐가 고갱을 만났을 때 - 박인식
아를르에서
고흐가 고갱을 만났을 때
열다섯의 내가 남태평양 타히티섬에서
고갱을 만나는 밀항을 꿈꿨을 때
귀 자른 고흐를 두고 고갱이 아를르를 떠났을 때
그날,
고갱으로 살아가려던 열다섯 살 타히티행 꿈이
고흐가 노랗게 그린
고갱의 빈 의자에 앉아보았을 때
고흐의 내가
고갱이 된 나를 앉혀줬을 때
그 모든 인연이
운명의 그날을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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