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박수근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지금까지 몇 번 박수근 작품전을 봤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전시는 처음이다. 봄을 기다리는 나목이라는 시적인 제목도 마음에 와 닿는다.
이번 전시회 제목처럼 박수근 하면 박완서 선생과 뗄 수가 없다. 전시장 곳곳에 박완서 선생의 흔적이 보이고 선생이 쓴 책도 함께 볼 수 있다. 네 개의 전시장을 돌고 나면 박수근 화백 인생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난 박수근 화백은 밀레의 그림을 보고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가난한 형편에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였고 독학으로 그림 공부를 한다. 당시 미술계는 일본에서 공부한 유학파가 주류였다.
박수근은 정식 학교도 나오지 않고 근본 없는 그림을 그린다는 이유로 홀대를 받았다. 그의 그림을 알아 본 외국인들이 그림을 살 뿐 생전에는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 반 고흐처럼 사후에야 세상은 선생의 진가를 알아 본다.
실제 전시장에 걸린 박수근 선생의 창신동 집 사진을 보면 마루 곳곳에 선생의 그림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당시 그의 그림을 산 사람이 있었다면 지금쯤 돈방석에 앉았을 것이다.
몇 년 전 그의 그림 <빨래터>가 45억 원에 거래 되어 최고가를 기록했는데 진위 여부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올곳이 박수근 화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교과서나 화집에서만 봤던 그림을 전시장에서 실물로 마주한 기쁨을 뭐라 표현할까. 또 언제 이렇게 방대한 규모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인가. 특히 이건희 컬렉션으로 유명한 <절구질 하는 여인> 앞에 오래 서 있었다.
미군 부대에서 초상화를 그리며 가족을 부양해야 했던 선생은 오직 그림 만이 유일한 탈출구였다. 그가 그린 나무들은 잎을 전부 떨군 앙상한 모습이다. 딱 보면 누구 그림인지 알 수 있는 그만의 독특한 기법 또한 인상적이다. 오래 기억에 남을 전시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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