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난 것들 - 김주태
특별시에서 인구 십만 도회지로 밀려나
술잔을 채운다
족발 뼈다귀 뜯으며
빈 소주병 일으켜 세운다
아무도 찾지 않는 노점상 아줌마는
자릿세 걱정이고
이 도시에서 조금만 고생하면
시의원 명함 하나 내밀 수 없겠냐고
안경 너머 불안한 눈빛
시베리아 어느 산등성이 얼음 같은
술잔을 부딪친다
찬바람 불고 눈보라 이는
겨울이 우리 사이를 지나갔다
절룩이며 떠났던 땅 외발로 돌아온
네게 쏟아 붓고 싶은 말들
오물거리는 목구멍으로
따뜻한 어묵 국물 삼킨다
늦은 밤 구겨진 지폐
밤거리에 지불하고 돌아오는 길
무너진 담장 아래 고개 숙인 수국
기울어져가는 담벼락
구부러진 허리에 희미한 달빛이 붙어 있다
*시집/ 사라지는 시간들/ 삶창
간간이 벌어 근근이 살아간다 - 김주태
한파가 오면 긴 겨울잠에 든다
간간이 벌어 근근이 또 며칠 버티기 위해
두더지같이 차가운 이불 속으로 파고든다
등에 얼음꽃이 파스처럼 피어오르면
몸을 더욱 웅크리고 죽은 듯 꼼짝 않는다
아픈 곳을 찾아 어루만지는 손길이
깊은 상처에 오래 머문다
문밖에는 바람이 차갑게 흩어지고
내일 일거리를 기다리는
밤 아홉 시와 열 시 사이
기별이 오기를 입술이 마르고 목이 타게 기다리다
불러주는 꿈을 꾸며 잠이 든다
몸을 일으키지 못하는 절망의 새벽
어금니 꽉 깨물고 벽을 짚고 일어서면
나를 파고 나를 메꾸는 일들
까마득히 떨어져
한 발 빼면 또 한 발 빠지는
참 징한 펄 한가운데서
이 악물고 버틴다
간간이 벌어 근근이 살아가기 위해
*시인의 말
시 한 편 쓸 때마다
고해성사 하는 기분이었다.
누구에게 털어놓은 것일까?
아무도 없는 들판에서 혼자 중얼거리다 보면
가슴속에 고름처럼 울음이 고였다.
이렇게 세월은 하염없이 흘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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