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밥심 - 강미화

마루안 2021. 11. 18. 23:01

 

 

밥심 - 강미화


어금니 채워진 사람은 밥힘이라고 하고
앞니 빠진 사람은 밥심이라고 하던데

이 빼고 틀니로 바꿀
때가 되다 보니
밥심이 맞지 싶다

밥알 하나에
팔십 번 손이 가야 한다는 옛말이
말뿐이것냐

논두렁 밭두렁 걸어보지 못한
부지깽이도
모든 일엔 정성을 드려야 한다는 뜻
아닌가 싶다

미안하다
빵을 더 먹였지 싶다
잘못은 나만 할 테니
밥힘으로 살어라

달리 보약이냐
심덕 곱게 써서
살다 보면
약이 되는 거여

 

 

*시집/ 오늘 또 버려야 할 것들/ 문학의전당

 

 

 

 

 

 

지팡이 - 강미화

 

 

숟가락 무거운 것도 싫고

더 나이 들면 무얼 가지고 살까 싶다

 

명아주 말이다

젊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솟구치다, 흔들리다

뭐라도 피워볼까 대 세우다

도로 아미타불 된 거 아닌지

 

가슴팍을 찌고 말리고

찌고 말리고 수십 번

당하고 사신 양반들이 오죽 잘 아시것냐

옹이 박힌 곳 구부러진 곳

어루만져주며 무거울 것 없고 급할 것 없다고

같이 뚜벅뚜벅 가자고 찾는 거지

 

남의 다리로 살기도 쉽지 않지만

남의 다리 되어 사는 일도

보통 일은 아닌 거여

 

살아봐서 알것지

걸을 때는 아래를 잘 보고 걸어야

넘어지지 않는 거여

콕콕 집어줄 때 적어둬라

 

 

 

 

# 강미화 시인은 경기도 안성 출생으로 1998년 <문학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내 안의 분지>, <오늘 또 버려야 할 것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