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어리지 않은 어린왕자의 - 강건늘
사실들이 사라져버린
먼 우주에서 마주하는 공허
깊은 회한에 잠겨 무수한 별들을 바라본다
내가 사귀었던 모든 것들을 잃어버렸다
오직 기억만이 있을 뿐
꽃은 시들고
아예 사라져버리고
바람도 멈추어 선 지금
처음처럼 다시 혼자 서 있다
깊은 잠을 자야 한다
스스로 깰 수도 누군가 깨울 수도 없는
아득한 잠
이제 행성도
나와 함께 사라질 시간
그런데
쉬 잠들지 못할 것이다
내가 사귄 것들
잎사귀들처럼 다시 살아나고
이야기는 멈추지 않을 테니까
죽지 않는 나무처럼
우리의 이야기는
*시집/ 잠만 자는 방 있습니다/ 달아실
희망 사절 - 강건늘
지하도 한 켠
박스 안
옅은 어둠이
어둠을 덮고
누워 있었다
어둠이 쉬는 곳
절망의 쉼터
희망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희망이 쫓아오지 못하도록
이곳까지 왔으니
더 이상 희망을 강요하지 마세요
죽을 힘을 다해 살았잖아요
희망은 얼마나 고단한가요
희망은 얼마나 쓰디쓴가요
나를 찾지 말아요 더 이상
희망을 희망하지 않아요
*시인의 말
옅은 마음이여
모든 푸름이여
나의 작은 새들이여
너무 외롭지 않기를
그저 자유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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