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유효기간 - 석정미

마루안 2021. 11. 12. 22:27

 

 

유효기간 - 석정미

 

 

감자에 싹이 났다

딸들은

버리라고 호들갑이지만

버리지 못하는 나

 

유효기간까지 버티다가

못 견디면

상처에서 싹이 나고

독을 품고 커간다

 

유효기간 지난

우유도 마시고

두부도 먹는다

 

독을 먹고 산다

나는 점점 독해진다

언제까지일까?

 

 

*시집/ 대광여인숙/ 어린왕자

 

 

 

 

 

 

자두 - 석정미

 

 

까만 얼굴에

자두가 떨어진다

 

장마철

비 내리면

자두로 덮인 발

썩어 문드러져도

지게로 져내던 핏빛 사랑

 

비탈밭엔

언제나 자두나무가 산다

 

억세게 퍼부어도

무너지지 않는

밭둑엔 분홍 패랭이 피고

 

뻐꾸기 우는

서글픈 장마 속 자두

 

해마다

자두는 죽어라 열린다

 

 

 

 

# 석정미 시인은 1966년 경북 영주 출생으로 2012년 <시선>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슬픔은 많이 넣으면 맵다>, <대광여인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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