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기간 - 석정미
감자에 싹이 났다
딸들은
버리라고 호들갑이지만
버리지 못하는 나
유효기간까지 버티다가
못 견디면
상처에서 싹이 나고
독을 품고 커간다
유효기간 지난
우유도 마시고
두부도 먹는다
독을 먹고 산다
나는 점점 독해진다
언제까지일까?
*시집/ 대광여인숙/ 어린왕자
자두 - 석정미
까만 얼굴에
자두가 떨어진다
장마철
비 내리면
자두로 덮인 발
썩어 문드러져도
지게로 져내던 핏빛 사랑
비탈밭엔
언제나 자두나무가 산다
억세게 퍼부어도
무너지지 않는
밭둑엔 분홍 패랭이 피고
뻐꾸기 우는
서글픈 장마 속 자두
해마다
자두는 죽어라 열린다
# 석정미 시인은 1966년 경북 영주 출생으로 2012년 <시선>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슬픔은 많이 넣으면 맵다>, <대광여인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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