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通

여인숙 - 이강산 사진전

마루안 2021. 10. 30. 19:17

 

 

이강산 사진전을 보고 왔다. 코로나로 전시장 나들이도 부담스러운데 이 전시는 놓칠 수 없었다. 그동안 여러 번 전시회를 열었지만 이강산 사진전 관람은 처음이다. 사진가보다 시인으로 알고 있었기에 그의 사진 열정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그는 시집을 네 권이나 낸 중견 시인이면서 이제는 어엿한 사진가로 자리 매김을 했다. 이번 전시에서 다큐 사진의 진수를 봤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여인숙을 오랜 기간 찍어 온 귀한 작업이다. 이제 그를 시인보다 작가로 불러야 할 것이다.

 

뭐든 새것이 우선이고 화려하고 뽀시시한 것이 좋다는 세상이다. 이제 여인숙은 여행가와 나그네의 고단한 다리를 쉬게 했던 숙박업소가 아니다. 바닥으로 밀려난 사람들의 마지막 주거 공간이거나 저렴하게 욕구를 풀 수 있는 성매매 장소다.

 

이강산은 전국 곳곳을 돌며 여인숙을 카메라에 담았고 1년 남짓 직접 여인숙에서 살면서 그곳 사람들의 일상을 찍기도 했다. 이번 전시와 함께 눈빛에서 나온 사진집에 그 모든 것이 담겼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 모두에게 직접 설명을 하며 작품의 이해를 돕는 친절을 베푼다.

 

하긴 그의 시집에도 여인숙이 여럿 나온다. 지금까지 그가 쓴 여인숙에 관한 시만 뽑아도 거의 한 권이 나올 만큼 그는 여인숙에 집중했다. 그는 두 권의 소설책도 냈는데 거기에도 여인숙을 사진에 담기 위해 전국을 떠도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시와 사진을 병행하면서 작품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데 실로 대단한 열정이다. 화사하고 뽀시시한 사진이 대접 받는 세상에서 그의 작업은 돈도 안 되고 집에 걸어둘 수도 없는 흑백 다큐 사진이 대부분이지만 참으로 귀한 작업이다.

 

이 사람의 작품을 보면서 문득 일모도원(日暮途遠)이란 단어가 생각났다. 하고 싶은 일은 많고 시간은 모자라니 말이다. 그의 네 번째 시집인 <하모니카를 찾아서>를 읽었을 때 그의 시가 완전 물이 올랐음을 느꼈는데 이번 사진들 또한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다.

 

시 쓰기는 물론이고 이런 사진 작업도 본인이 미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아날로그 사진 작업은 돈 잡아 먹는 일이기도 하기에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 모쪼록 참 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는 작가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