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도망가자, 깨끗한 집으로 - 신우리

마루안 2021. 10. 27. 22:28

 

 

 

책 제목만 보면 어떤 류의 책인지 다소 애매하다. 알고 보니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책이다. 적게 갖고 적게 쓰는 것이 환경을 살리는 길임을 알려준다. 저자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나처럼 한번 손에 쥐면 놓지 않는 욕심쟁이였다.

 

저자는 두 아이의 엄마다. 산후우울증으로 혼란을 겪던 중, 밤마다 쇼핑몰을 찾아 주문하는 것으로 욕망을 풀었다. 집안에 가득 들어찬 물건들 때문에 창문을 가릴 정도다. 어느 날 짐더미에서 탈출하기로 마음 먹고 비우는 삶을 실천한다.

 

이제서야 왜 책 제목이 <도망가자, 깨끗한 집으로>인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짐으로 가득 찬 거실뿐 아니라 현관, 주방, 장롱, 베란다까지 어떻게 비우고 정리해서 미니멀리즘을 실천할 수 있었는지 꼼꼼하게 알려준다.

 

모든 걸 다 따라할 수는 없더라도 저자의 실천 중에 절반만 따라 해도 홀가분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딱 절만만 실천하자는 생각으로 읽었다. 비교해 보니 진짜 절반 가까이 현재 실천하고 있었다.

 

미니멀리즘은 한꺼번에 바꾸기보다 조금씩 비우고 줄여나가는 것이 성공하고 지속할 수 있는 관건이다. 다이어트를 할 때 무조건 굶어서 뺀 살이 중도에 멈추면 원위치가 되거나 되레 확 체중이 느는 현상과 같은 것이다.

 

저자는 조목조목 집안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물건을 정리하고 비우는 작업을 제시한다. 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부 실제 실천을 해서 성공한 예다.

 

가령, 2,500원 배송비 때문에 쓸데없는 물건까지 주문해 배송비를 없애는 것보다 차라리 배송비 지불하고 꼭 필요한 물품 하나만 사는 것이 훨씬 현명함을 알려준다.

 

사람 관계를 정리하는 것은 이 책의 압권이다. 어쩌면 미니멀리즘은 연락처를 비우는 것부터가 시작인지 모른다. 저자는 연락처를 하나씩 비우면서 진정한 인연과 진짜 소중한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마법의 단어는 <언젠가>다. 언젠가는 써야지, 먹어야지, 입어야지, 읽어야지 때문에 망설이다 보면 물건에서 해방되는 기쁨을 영영 누리지 못한다. 1년 이상 한 번도 안 입은 옷이나, 신발, 책 등은 무조건 정리한다.

 

이 외에도 저자는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서 의식적인 소비뿐 아니라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물건을 산다는 것은 지구 자원을 산다는 것으로 함부로 산 만큼 지구의 자원도 함부로 고갈시키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내려 놓는 것도 미니멀리즘 실천이라고 조언한다. 물건을 비우는 것처럼 불필요한 디지털 환경으로부터 거리를 둬야 한다. 현대인에게 필수인 스마트폰을 안 쓸 수는 없지만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 앱부터 지우고 필요할 때 PC로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서 확인하는 것으로 대체하라고 한다.

 

저자도 디지털기기 사용 시간을 비우면서 놓치고 있던 일상의 소중한 시간을 되찾았다고 한다. SNS를 보며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질투했던 일도 없어졌다. 이 외에도 따라 하고 싶은 것들이 가득하다.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를 알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