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골목의 약탈자들 - 장나래, 김완

마루안 2021. 10. 20. 21:59

 

 

 

코로나로 모든 일상이 엉망이 되었다. 폭풍우라면 지나가길 조용히 기다리면 잠잠해지련만 이런 전염병은 겪어 보지 못했으니 어떻게 헤쳐나갈지도 막막하다. 대통령도 국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겨 나가야 하는 것도 결국은 사람이다.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전염병으로 가장 고통 받는 사람은 자영업자들이다. 물론 쑥대밭이 된 항공이나 여행 업계보다는 덜 하겠으나 유행이 심해질 때마다 영업을 금지 당하거나 시간 제약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되레 호황을 누리는 업계가 있다. 일부 업종은 오히려 창업이 활발하다고 한다. 우연히 자극적인 제목의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골목의 약탈자들>이라니,, 창업 시장에서 호갱이 안 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인간 세상에는 어디든 뒤통수 쳐서 먹고 사는 사람이 있다. 활력이 넘치는 오일 장터에도 어리숙한 사람을 후려먹고 사는 야바위꾼들이 있지 않던가. 이 책은 창업컨설팅 회사들이 어떻게 사람을 속이고 후려치는가를 적나라하게 알려준다.

 

한겨레 기자 출신인 장나래, 김완 두 사람이 썼다. 컴퓨터 앞에서 궁둥이로 쓴 기사가 아닌 발로 뛰어서 쓴 기사다. 심지어 취재를 위해 그 업계에 취업을 해서 더 깊은 곳을 들여다 보기도 했다. 일종의 잠입 취재다.

 

창업컨설팅 회사는 창업을 하는 사람뿐 아니라 창업했다가 너무 장사가 안 되어 폐업을 하려는 사람에게까지 손을 뻗어어 이중으로 돈을 빨아 먹는다. 빨아 먹는다는 표현이 책에는 없지만 읽고 나서 내가 생각한 표현이다.

 

"사장님, 순진하시네. 요즘 누가 장사 철학으로 돈을 벌어요. 가게를 하다가 가장 잘 될 때 권리금 당기고 넘기는 거죠." 그들은 창업 하는 자영업자들이 바라는 안정적인 장사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창업했다가 빨리 망하는 사람을 더 선호한다.

 

창업할 때 감언이설로 후려치고, 장사 안 되어 후회하는 자영업자에게는 도움을 주는 척 접근해서 온갖 심리 작전으로 힘을 뺀 후 권리금까지 포기하고 팔게 만든다. 그 중간에서 배불리는 사람은 오직 컨설팅 업체다.

 

어찌나 혓바닥에 기름칠과 사탕발림이 잘 되어 있고 방법이 교묘한지 혀를 내두르게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딱 무협지 읽는 기분이다. 무협지에는 억울함을 갚아주는 복수라도 있건만 여기는 오직 망해 나자빠져 절망하는 자영업자의 한숨 소리뿐이다.

 

얼마나 사람이 순진하면 바보처럼 당했느냐고 할지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 당할 수밖에 없겠구나 싶다. 컨설팅 업체는 간절한 사람이나 절박한 사람의 심리와 문제가 생겨도 책임 지지 않고 법망을 빠져나가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호갱 안 되는 방법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다. 그래도 먹고 살아야 하기에 자영업자는 창업의 기회를 찾을 수밖에 없다. 쉽게 하는 창업일수록 컨설팅 업체의 호갱이 되기 쉽다. 이 책 하나만으로도 정말 세상은 요지경이다.